차이와 탈정체성 그리고 다이성과 타자성 등을 강조하는 포스트모던적인 담론에 편승한 다원론과 다문화주의가 문화사회현상을 주도하는 지금, 헤겔의 철학, 특히 변증법과 총체성에대해 재조명하려는 시도는 거대서사의 전체주의적인 음모나 관념론의 자가당착에 경도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치부되기 십상이다. 니체의 사상을 시작으로 아도르노를 거쳐 포스트구조주의 이론가들의 헤겔철학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경시는 더 이상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더욱이 학계와 문화계를 중심으로, 들뢰즈의 “차이”의 사상에 대한 지대한 관심의 증가와 반비례하여, 헤겔에 대한 오해와 무관심은 더욱 깊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항간의 편견과는 달리, 헤겔이야 말로 차이의 개념을 자신의 철학체계에 끌어드린 선구적인 “차이의 철학자”이다. 특히 헤겔의 대표적인 철학적 범주인 변증법과 총체성은 차이를 비롯하여 탈정체성과 다이성 등 다원주의적인 개념들을 역동적으로 영토화하고 있다. 본 논문은 이런 헤겔의 “차이의 철학자”적인 면모들을 들뢰즈의 차이의 사상을 중심으로 비교 고찰하고자한다.<BR> 우선 들뢰즈가 전체주의적이라고 비판한 헤겔의 정체성 원리에는 차이와 정체성의 관계가 변증법적으로 구현되고 있다. 또한 변증법적 차이와 비변증법적 차이에 대한 논의에 나타난 헤겔의 차이에 대한 인식은, “영겁회귀”(eternal return)와 “초월적 경험주의”(transcendental empiricism) 등의 개념에서 보인 들뢰즈의 일원론적이고 동질적인 차이에 내재한 모순을 적절히 지적해준다. 다시 말해, 동질적 차이와 절대적 경험주의가 갖고 있는 "무한한 퇴화"(infinite regression)의 위험을 헤겔은 변증법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역설적으로 헤겔의 변증법은 들뢰즈의 일원론적인 차이의 담론보다 차이의 개념을 보다 충실히 구현하고 있다고 평가할수 있다. 한편, 종래의 서양철학이 갖고 있는 본질과 표상의 이원론에 대한 들뢰즈의 비판과 관련하여, “본질은 반드시 표상된다”(The essence must appear)라는 명제로 축약되는 헤겔의 본질과 표상의 변증법이 경직된 이원론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한다. 그리고 헤겔의 권위적인 총체성에 대한 들뢰즈의 비판은 헤겔의 총체성이 답보하는 차이와 비평형적인 운동성을 간과한 오해로부터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변증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프레드릭 제임슨이 지적했듯이, 차이와 부분들의 파편성을 바탕으로 한 들뢰즈의 총체성비판의 이면에는 욕망이라는 또 다른 총체성의 맹아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들뢰즈를 비롯한 포스트구조주의 이론가들이 견지한 헤겔의 변증법과 총체성에대한 비판은 자기당착의 모순에 빠져있다고 볼 수 있다.
Ⅰ. Against the Hegelian Scheme<BR>Ⅱ. The first Philosopher of Difference: Dialectical Difference<BR>Ⅲ. Empiricism and Difference<BR>Ⅳ. Dualism and Difference: Essence Must Appear<BR>Ⅴ. Totality and Difference<BR>Works Cited<BR>국문초록<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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