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유가(脫儒家)의 예술사회학

Erosion, Deviation, and Emergence: New Trends in Chosŏn Painting

조선후기의 중요한 세 흐름을 예술사회학적 각도에서 불 때, 겸재(謙齋)는 의사문인(擬似文人), 단원(檀園)은 비문인(非文人), 그리고 혜원(蕙園)은 반문인(反文人)이라 규정할 수 있다. 여기서 문인을 유가이데올로기라 치환했을 때, 조선후기 회화의 겸재에서 단원 그리고 다시 혜원으로의 흐름은, 조선후기의 성리학적 질서가 첫째, 유가이데올로기를 추구하나 진정한 유가의 본령을 체현하지 못했던 단계로서의 “의사유가(擬似儒家)”에서 둘째, 유가이데올로기와는 다른 새로운 영역을 창출한 단계로서의 “비유가(非儒家)”를 거쳐 셋째, 유가이데올로기의 부조리와 몰락을 기롱한 단계로서의 “반유가(反儒家)”의 세 단계로의 변천이라 할 수 있다. 겸재(謙齋)의 진경정신은 그 바탕이 되는 조선성리학, 조선중화주의 등의 “허구성” 때문에 근대성(近代性)을 보여주지 못하게 되었다. 한편 단원과 혜원에게서는 일정한 의미에 서의 근대성을 발견할 수 있다. 단원(檀園)의 근대성은 유가이데올로기라는 일원론적 사고, 즉 문화쇼비니즘과 문화패권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망탈리테(Mentalitè)미학을 구축했다는 점에 있다. 또한 혜원의 그림은, 그가 탈성리학적 자각을 가지고 이를 구현키 위해 의식적으로 고안해 낸 표상체계로서가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당시 이러한 성리학적 균열의 표출을 읽어낼 수 있고 또 그러한 탈성(脫聖)의 아이콘들이 대중에게 어필하고 소비되었다는, 즉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망탈리테(Mentalitè)를 보여주거나 혹은 그러한 망탈리테의 구축에 일조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혜원의 그림이 단순한 관음적 호기심이나 향락적인 환상을 충족하는 수준에 머문 것이 아니라 모종의 비판 기제(機制)를 담고 있는 것이기에, 그에게서 어떤 근대성을 발견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우리가 혜원으로 부터 추출할 수 있는 근대성은 성적 욕망과 관련된 부조리한 사회체제와 세계질서에 대한 비판을 조롱의 방식으로 표출해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덕에도 불구하고, 단원과 혜원은 다만 새로운 양식적 패러다임의 구축에만 성공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기술의 근대성은 이루었으나 유가질서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 즉 해방의 근대성은 이룩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여전히 그들의 평가에 꼬리표로 남겨있다.

It is well known that among the many new modes of art appeared in the late Chosŏn, the realistic landscape painting and genre painting are most conspicuous. In a sense, the representatives of these new trends in Chosŏn painting, Chŏng Sŏn (1676-1759), Kim Hongdo (1745-?), and Shin Yunbok (1758-?), exhibited an identical artistic spirit, in that they ventured into a different realm from the literati painting prevalent in Neo-Confucian aesthetics. In another sense, however, they are distinguished from each other in their pursuit of artistic values and their manners of reacting to the preconditioned Neo-Confucian standards. In short, whereas the works of Chŏng Sŏn can be defined as pseudo-literati painting, in which the religious spirituality primarily stressed in the literati painting was replaced by realistic descriptions, those of Kim Hongdo can be viewed as non-literati painting, in which he depicted a change in subjects and themes by projecting commoner’s life onto the canvas. Finally, the works of Shin Yunbok should be considered as anti-literati painting, in which semi-pornography represented a symbolic criticism of the Neo-Confucian orthodoxy. In particular, Shin’s artwork has created a new tradition in Chosŏn painting, in that his works were painted for commercial consumption, which was compatible with the development of Korean commercialism at that time. In conclusion, in the later Chosŏn, the pure spiritual aesthetics of the prevailing literati painting were eroded, became deviated, and gave way to an emergence of commercial arts by these new challenges. In fact, however, those challenges were also self-censored by their unconscious commitment to the Neo-Confucian norms. I believe that by drawing attention to this inner contradiction in the new trends in Chosŏn painting the characteristic of Korean aesthetics will be more clearly manifes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