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마리얏은 19세기 초.중기에 영국에서 인기가 높았던 대중 소설가이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해양소설로서 영국 무적함대의 군인정신을 노래하거나, 혹은 이민족의 무지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문명의 횃불을 미개한 땅에 비추기 위하여 노력하는 앵글로색슨 족의 희생정신을 찬미한다. 본 논문이 다루는 『수습사관 이지』는 나폴레옹 전쟁을 배경으로 쓰여진 것으로서, 유럽의 타 제국들에 비하여 영국해군이 보여주는 정신적인 우월함을 기리는 텍스트이다. 본 논문은 앵글로 색슨 족의 제국주의에 대하여 텍스트가 보여주는 숭배적인 태도 내에서, 영국의 계급사회에 대한 반민중적이며 친(親)권위주의적인 메시지가 발견됨을 주장한다. 제국주의 이슈가 국내의 위정자들에 의하여 국내의 계급적인 갈등을 해소하는 데에 이용되는 사례는 동서양의 제국주의 역사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현상이다. 해군에 소속되어 있는 하급선원들의 인권을 존중할 것을 강조하였다는 점에서 마리얏은 극히 산발적으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사회개혁가라는 이미지 이면에서 발견되는 마리얏은 오히려 극히 보수적인 성향을 띤 작가이다. 따라서, 마리얏이 내건 해군개혁의 슬로건 자체가 사실은 현재의 계급제도를 공고히하려는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을 본 논문은 견지한다. 구체적으로 본 논문은 『수습사관 이지』를 19세기 초.중기의 영국사회라는 정치적, 사회적 맥락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텍스트가 취급하는 사건들과 마리얏 당대에 일어났던 노동자들의 강력한 정치적 움직임 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연구하며, 이에 바탕하여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서 번영일로에 있었던 당시의 영제국을 위협하였던 계급문제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규명하고자 한다. 본 논문의 결론은 마리얏의 소설 『수습사관 이지』가 당대의 지배계층이─여기서 지배계층이란 1차 선거법 개정을 통하여 국가권력 내에 편입된 부르주아지도 포함한다─가지고 있었던 우려, 즉 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받아 평등을 부르짖으며 기존의 계급질서를 위협하였던 노동계급에 대하여 가지고 있었던 지배계층의 공포를, 텍스트 상에서 재현할 뿐만 아니라, 지배계급의 영웅주의에 대한 확인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이를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