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의 『야생의 종려』(The Wild Palms)는 별개의 두 이야기가 교대로 전개되는 아주 기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 형식이 너무 특이해서 ‘두 겹 소설’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을 듯하다.하지만 이 용어 또한 작품의 성격을 적절하게 지칭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주로 병렬과 대조의 관계를 통해서 명백히 다른 두 개의 이야기가 서로 긴밀한 관련을 맺게 된다. 「야생의 종려」(“WildPalms”)와 「노인」(“OldMan”)사이에는 유사점 과 대비점이 적지 않다.사랑 이야기에서 젊은 해리 윌본(HarryWilbourne) 은 “공허”보다는 “비통”을 택함으로써 최종적으로 50년 형을 선고받고 회한의 자유를 누리고자 한다. 강 이야기에서 작은 보트를 타고 홍수로 불어난 강을 표류하는 키 큰 죄수 역시 이 커플과 마찬가지로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힘 속에 내맡겨져 있다.그러나 그들과는 달리 죄수는 자신의 의지를 거스른 채 그곳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병렬과 대조는 플롯, 이미지, 세팅, 그리고 음조 상에서 주로 축어적이라기보다는 테마적인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병렬과 대조가 미묘한 수준으로 사용된 두 이야기 가운데 비교적 단조로운 플롯을 갖고 있는 「노인」은 지나치게 고통스럽고 괴로운 「야생의 종려」에 대한 일종의 ‘희극적 위안’역할을 하며 보완 기능을 수행한다. 그리하여 이 두 이야기로부터 최종적으로 놀라운 역설이 생겨난다.즉 아무리 사회가 잔인하고 불공평 할지라도, 또 아무리 자연이 가혹할지라도 인간의 삶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아울러 그런 것들과의 투쟁을 회피하려 하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참된 인간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야생의 종려』는 병렬과 대조를 바탕으로 한 두 겹 소설이라는 구조적 실험작이기 때문에 각각의 이야기를 개별적으로가 아니라 또 다른 이야기와 연관해서 읽을 때에 비로소 그 의미가 충분히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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