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송 말 나대경은 유학자로서 관직에 나갔으나 탄해 후 향촌에 은거하면서 학문탐구와 저술에 매진하였다.『학림옥로』는 나대경이 자신과 교유하던 문인들의 이야기를 묶어 편찬한 수필집이자 선어집이다. 송대는 차가 개문칠건사의 하나가 될 정도로 일상다반사로 행해졌으므로『학림옥로』에도 차에 관한 내용이「건차」와「다병탕후」에 실려 있다.「다병탕후」는 맛있는 차를 끓이기 위한 적당한 물끓임인 탕변에 대한 논의를 다루고 있다. 음다법의 차이에 따라 세 가지의 탕변이 나오는데, 당대 육우의 탕변, 이남금의 탕변, 나대경 본인의 탕변에 대한 견해이다. 탕변의 차이점은 당나라 육우의 삼비탕법을 기준으로 남송시대 이남금은 육우 시대와는 달리 물을 탕병에서 끓여 찻잔에서 차를 탔기 때문에 이비에서 삼비로 넘어가는 背二涉三의 미묘한 순간을 최적의 물끓임으로 보았다. 이에 대해 동시대의 나대경은 이남금의 논지에는 동의하지만 적정한 탕변의 온도와 탕을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즉 배이섭삼 상태에서 차를 준비하는 것은 노수가 되기 쉬우므로 그 상태에서 곧바로 화로에서 내려놓고, 물의 끓는 것이 잦아질 때를 적당한 때로 보았다. 음다생활에서 탕변에 대한 아주 미묘한 차이조차도 지나치지 않고 지적하고 있는 나대경의 사려깊은 태도는 옛 선비들의 茶禪一如의 경지를 생각게 한다.「다병탕후」마지막에서 언급하고 있는 칠언절구의 시는 우리나라 초의선사『동다송』에서「약탕시」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동다송』에서의 인용은 차의 브랜드명이나 堂號로서도 사용되었고, 후대의 많은 차인들은 이 시를 암송하고 있다. 그러므로 남송시대 점차음다법에서 탕변을 대변하는「다병탕후」의 마지막 칠언절구에 대한 정확하고 올바른 이해가 요구된다. 나대경의「다병탕후」는 차의 종류와 차도구의 변화 그리고 선호하는 차 맛에 따라 차탕의 온도, 차를 준비하는 방법이 변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적절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중국차사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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