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中國)이란 ‘가운데 나라’라는 뜻으로, 강한 나라들이 스스로 주변에 비해 우월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썼고, 세력이 약한 나라들이 자국 보호를 위해 강대국을 섬기면서(事大) 불렀던 이름이다. 최근 중국은 고대의 중국(中國)에 해당하는 나라는 물론 스스로 네 가지 오랑캐(四夷)라고 불렀던 민족까지도 모두 ‘중국(中國)’이라는 이름 속에 넣어 이른바 통일적다민족국가를 이룩하는 새로운 나라이름으로 자리바꿈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역사관에는 ‘중국(中國)’이란 이름은 옛날부터 현재 중화인민공화국 땅에 살던 선조들만이 썼다는 역사적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 논문은 지금의 인도(印度)인 천축국(天竺國)이 스스로를 중국(中國)이라고 불렀고, 동진(東晋)을 비롯하여 당(唐)나라 사람들까지 천축국을 중국(中國)이라고 높여 불렀던 사료를 새롭게 발굴하여 그 기록을 정리ㆍ분석한 뒤, ① 당시 천축국이 스스로를 중국(中國)이라고 자부했던 천하관과 그에 대칭되는 주변 국가(邊地)들을 아우르는 고대 아시아의 세력구도를 살펴보고, ②아울러 그 자료에 돌궐 페르시아 같은 강대국들과 함께 나오는 高麗(=高句麗)의 위상을 헤아려보는 것이 연구목적이다. 그 결과 중국(中國)인 천축국을 중심으로 한국(漢國), 파사(波斯), 돌궐(突闕) 같은 큰 나라들과 계빈(罽賓), 토화라(吐火羅), 구자(龜茲), 우전(于闐), 토번(吐蕃), 곤륜(崑崙) 고리(高麗) 같은 주변 나라들이 세력구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현재 중화인민공화국 땅에 있던 나라들은 한나라가 멸망한 뒤 진(晋), 송(宋), 제(齊), 양(梁). 진(陳), 전연(前燕), 전진(前秦), 북위(北魏) 같은 수많은 나라들이 오갔지만 모두 아울러 한국(漢國)이라고만 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 중국(中國)인 천축국이 변지(邊地)인 한국(漢國)을 어떻게 인식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한편 그 동쪽에는 신라, 백제, 일본 같은 나라들이 있지만 高麗만 나타난 것을 통해 천축국에서 高麗의 위상이 꽤 높았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