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잡지
커버이미지 없음
오늘도 나는 서울 한복판의 강남 테헤란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배달을 하고 있다. 직장인들의 평일 점심시간은 나와 같은 비정규직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음식배달부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다. 1시간 남짓한 직장인들의 점심식사가 음식배달부에겐 짧은 시간 동안 확실하게 최저임금 이상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미 빠른 배달에 익숙해진 음식점과 주문자의 기대치를 맞춰야 하기에 ‘배달 오토바이의 위험한 곡예운전’은 늘 계속된다.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된 시대에 최신 IT기술로 무장한 지극히 합리적이고, 또 지극히 냉정한 ‘온디맨드 경제’(고객 요구에 따라 각종 재화와 용역이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곧장 제공되는 주문형 경제) 하에서는 이용자의 주문이 없으면 노동자의 수입도 없다.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기업으로서 출시된 지 단 2년 만에 전 세계 200여 개 도시에서 음식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며 급성장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파트너(직원이 아니다)’로 일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배달 건당 수익을 일주일 단위로 정산 받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딱 ‘일한 만큼’만 돈을 벌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자들도 천명했던 “일하지 않는자, 먹지도 마라”는 금언은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도 이렇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임대료로 매달 막대한 비근로소득을 올리는 테헤란로의 건물주들은 정작 이런 얘기에 전혀 관심이 없겠지만 말이다.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