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잡지
언젠가 중국 북경의 후퉁 거리를 관광한 적이 있다. 후퉁은 청나라 때 중앙 정부의 관리들이 주로 거주하던 유서 깊은 동네이다. 수 백년 된 집들의 대문이나 벽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몇몇 집 앞에는 내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북’혹은‘책’의 모양을 한 돌조각이었다. 관광안내원의 설명으로는‘북 모양의 장식은 그 집 주인이 무관 (武官)임을 나타내며‘책’모양의 장식은 주인이 문관 (文官)임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시대에는 세상을 다스리는 기술이‘문’과‘무’의 두 가지로 이루어졌다고 굳게 믿었던 모양이다. 이와 같이 세상을 두 개로 쪼개어 살펴보는 생각이 우리나라의 학계에도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이는 바로‘문과 (文科)’와‘이과 (理科)’로 나누어 가르치고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한국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수학 잘하면 이과가라고 하고 어학이나 글쓰기 재주가 있으면 문과가라는 소리를 듣고 자라난다. 일찍부터 전문 지식을 배우는 장점을 기대한 것 같은데, 이러한 근거 없는 이분법은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과학기술자들이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점이다. 글 쓰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글 못쓰고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도 부끄러워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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