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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등재 학술저널

주류문화와의 조우로 인한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장례문화 변화 양상

: 전통의 고수와 동화 사이의 혼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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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오늘날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장례문화의 특징을 살펴본 글이다. 일반적으로 종교와 언어가 민족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요소라고 여겨지고 있으나,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대부분이 무신론자인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경우는 예외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전통 종교와 언어를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오늘날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은 강한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이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일상 속에서 보존되어 계승되고 있는 전통 생활 문화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요소가 가장 잘 보존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장례문화이다. 고려인들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결혼 풍습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전통들이 변모될 수 있지만, 장례문화만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야만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한다. 이처럼 고려인들의 장례 문화는 전통을 고수하는, 즉 ‘문화동결 현상’이 두드러진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장례문화에는 ‘문화동결 현상’만이 나타나고 있는지, 오늘날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장례문화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분석하기 위해 필자는 고려인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즈 공화국의 고려인 묘지들을 고찰했으며, 49명의 고려인들과의 구술인터뷰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고려인들의 장례의례는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에서 서로 다른 성격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사적 공간인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장례 의례는 망자의 사망이 확인된 순간부터 입관과 그 이후 장지로 출발하기 이전까지의 단계로서, ‘혼 부르기’ ‘명정 쓰기’ 입관 이전에 한 번 절하고 입관 이후에 세 번 절하기, 3일간 ‘제사상’ 차리기 등의 절차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사적공간에서의 상례는 전통이 잘 유지되고 있는 ‘문화 동결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사적 공간에서의 전통의 고수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인 집을 떠나는 발인과 장지에 도착한 이후 행해지는 매장 의식과 묘를 만드는 방식에 있어서는 다른 특성이 드러난다. 발인과 장지에서의 장례식 과정에서 관 뚜껑을 닫지 않고 연채로 관을 운송하고 의례를 행하는 것,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 묘지 조성 방식은 한국의 매장 풍습과는 현저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배민족이었던 러시아인들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처럼 사적 공간에서 전통의 고수가 선명하게 드러난 것에 반해 공적인 영역, 즉 사회적 공간에서는 ‘문화 동결 현상’ 보다는 주류 문화에의 동화를 통한 ‘혼종성’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1956년 거주제한이 철폐된 이후 도시로 진출하게 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강제이주를 통해 자신들의 운명이 지배민족과의 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경험을 한 고려인들은 장례문화에 있어서도 사회적 공간에서는 ‘동화’를 선택한 것이다. 비록 자신들이 분명하게 의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적 공간인 ‘가정’ 내에서는 장례문화의 ‘전통의 고수’ 현상이 두드러지게 되었으며, 사회적 공간인 묘지 조성에 있어서는 주류문화와의 ‘동화’ 현상이 두드러진 문화의 혼종성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중앙아시아 지역의 고려인들의 장례문화는 ‘전통의 고수’와 ‘동화’ 사이에서 혼종성을 드러내며 디아스포라로서의 정체성의 핵심으로서 작동하고 있다.

This paper aims to delve into the characteristics of the funeral practices of the Soviet Koreans living in Central Asia. In general, religion and language are considered crucial elements that form one s ethnic identity. However, the Russian-speaking, mostly atheistic Soviet Koreans living in Central Asia are a rare exception. The ethnic Koreans in post-Soviet Central Asia maintain a strong sense of ethnic identity even without their own religion or language. One of the most indispensable factors that constitute the long-held ethnic identity of the Soviet Koreans is the traditional way of living that have been handed down from their ancestors and preserved to date. Among others, the funeral practices of the Soviet Koreans are deemed as one of the most well-preserved traditional elements. While the majority of the Soviet Koreans believe that marriage and other traditional customs may change over time, they insist on keeping their funeral practices alive in their original form. As such, funeral practices are regarded as one of the domains where traditions remain intact, clearly demonstrating the so-called cultural freezing phenomenon. In this paper, the author surveyed the tombs of the Soviet Koreans located in their main inhabitations including Kazakhstan, Uzbekistan and the Kyrgyz Republic and conducted oral interviews with 49 Soviet Koreans to find out whether the funerary customs of the Soviet Koreans living in Central Asia pertain to only the cultural freezing phenomenon and assess the features of their current funeral practices. This study found that the funeral rituals of the Soviet Koreans reveal different characteristics in public and private spaces. The funerary rituals performed at home or private space refer to the early stages of the funerary process prior to carrying a casket to a burial site, ranging from the confirmation of the death to placing the body into a casket. More specifically, the rituals in the private sphere consist of the calling the soul of the dead , preparing the funeral banner, bowing three times after casketing the body and setting up the memorial service table for three days. The funeral rituals are well preserved in private space manifesting the cultural freezing phenomenon. This demonstrates that the Soviet Koreans enjoyed relative freedom to maintain their traditions in private space. However, the later stages of the funeral rituals ranging from carrying a casket out of the house to on-site burial practices to tomb-building customs display different characteristics. In particular, moving a casket with the lid open from the house to the burial site, conducting burial rituals with the lid open on the burial ground, performing music and tomb-building practices are markedly different from the burial customs practiced in Korea, as these rituals follow those of the ruling Russians. Unlike in private space where traditions are clearly preserved, in public or social space the traditional practices have been assimilated into the mainstream culture rather than being frozen in time, leading to cultural hybridity. Such trend became more prominent after the removal of residential restrictions in 1956, which allowed people to migrate to cities. After realizing that their fate had largely depended on their relationship with the ruling regime through forced migration, the Soviet Koreans opted for assimilation regarding their funeral practices carried out in social space. Although they may not be fully aware, the Soviet Koreans have successfully preserved their funeral practices in the private sphere such as “home,” while largely assimilating into the mainstream culture in the social sphere such as a burial site, which resulted in cultural hybridity. Demonstrating such cultural hybridization between “tradition” and “assimilation”, the funeral practices of the Soviet Koreans in Central Asia remains one of the key identities of the diaspora.

Ⅰ. 머리말

Ⅱ. 디아스포라 정체성으로서의 장례문화

Ⅲ. 사적(가정) 공간에서의 전통의 유지

Ⅳ. 사회적 공간에서의 혼종성

Ⅴ. 장례 이후 애도와 추모 속의 전통의 고수와 혼종성

Ⅵ.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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