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근대 여성기행가사의 통시적 이해를 위한 작업의 하나로서, 1920년대 여성 기행가사 작품들을 분석하였다. 1920년대를 대상 시기로 한 이유는 이 시기에 전통적 주제였던 산수 유람에서 벗어나 근대체험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1926년 부산 여행을 다룬 <노정기>를 중심으로 근대체험의 재현 양상과 그 의미를 분석하였다 가사 <노정기>는 여행의 목적과 작품 구성에서 특징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여행을 위한 여행이라는 점과 목적지를 향한 노정이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여행주체로서의 나에 초점을 맞추고 여행에 대한 욕망을 전면에 부각시킨다. 또한 당대에 마주한 실상을 충실히 재현한다. 작가는 여행에서 마주한 세태 풍경과 도시문명 체험을 상세히 재현한다. 우선 여행길의 일상에서 경험한 세태 풍경과 신문명을 시간적 경과에 따라 순차적으로 재현한다. 그것은 속도나 형태와 같은 시각적 체험 뿐만 아니라 질서와 규칙 등을 체감하는 것이기도 했다. 1920년대 여성 기행가사의 주류는 여전히 전통적인 산수 유람이며 이는 산수의 정취를 즐기고 글을 짓는 문화적 행위였다 반면 <노정기>를 비롯한 몇몇 작품은 당대의 실상인 근대문명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 다는 점에서 변화가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그 배경은 시속으로 표현된 당대성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개인의 도시 문화생활에 기반한 취미 관념의 유행으로 이해할 수 있다 노정기 작가에게 근대성은 문화적 선진성과 아울러 여성들의 자유로운 활동이라는 내포를 지녔다 여기서 전통적 삶을 살고 있었던 작가가 취미나 근대성이라는 문화적 준거를 명시적인 개념으로 이해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복장의 표상과 도회바람이나 시속 등의 시대적 분위기로 이해된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당대의 실상에 대한 관심은 산수 유람의 규범성에서 벗어나 여행 속에서 보다 능동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추구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태도는 가문이라는 집합적 정체성과 공존하면서도 자유로운 활동 주체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문제 제기
2.외부로의 ‘출입’과 여행을 위한 여행
3.여행길의 재현, 일상과 근대성
1)일상과 세태 풍경의 장면 묘사
2)도시 문명체험의 순차적 재현
4.1920년대 여성 기행가사 속 ‘출입’과 근대 체험 재현의 의미
1)‘시속(時俗)’과 근대체험의 재현
2)‘출입’의 의미와 여행주체로서의 개인
5.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