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앨퍼드(William P. Alford) 교수는 그의 유명한 저서 [책 도둑질은 고상한 범죄(To Steal a Book Is an Elegant Offense: Intellectual Property Law in Chinese Civilization)]에서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에 속하는 국가들에서 지적재산권의 보호 관념이 발전하지 않은 이유로서 유교사상을 거론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보다는 사회질서를 중시하는 유교사상이 지적재산을 보호하는 관념보다는 이를 공유하는 사고방식을 중시하였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에서 과거 수천 년에 걸쳐 유교사상이 국가의 통치원리로서 그리고 개인과 사회의 윤리규범으로서 작동해 왔다는 점에서, 앨퍼드 교수가 그의 저서에서 전개하는 위와 같은 분석은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윌리엄 앨퍼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서구보다 몇 세기나 일찍 인쇄가 시작되었으면서도 저작권법이 존재하지 않았는데, 중국 문화가 과거와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것을 회의적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그 까닭을 찾는다. 그에 따르면, 복제행위에 대한 중국의 관용적 태도는 수천 년 문화적 역사의 산물이다. 앨퍼드 교수가 중국 역사의 맥락에서 서구의 저작권 제도를 분석한 것은 다음과 같은 점을 시사한다. 중국에서 복제한다는 것이 함축하는 의미는 서구에서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 중국인의 복제에 대한 태도는 중국 문화에서 지식, 윤리적 지침 및 창작적 표현의 원천으로서 과거를 중요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중국은 과학과 혁신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둔 사회로 거론되지만, 중국에는 지적재산권에 해당하는 법적 또는 관습적 제 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은 중국이 어떻게 지적재산권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과학과 혁신에서 이처럼 인상적인 실적을 세울 수 있었는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앨퍼드 교수는 지적재산권법 제정을 저해한 요소로 문자를 아는 사람이 제한적이었고 대규모 상업적 혁신을 가능하게 할 근대적 기업이 없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요소들은 복제의 수요를 줄이고 비용을 늘려 저작권법의 필요성을 감소시켰을 것이다. 재산에 관한 규범은 다른 대부분의 규범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일정한 기본적인 도덕에 기인한다. 예컨대, 서구의 저작권법은 개인의 창조성과 개인의 권리의 중요성을 장려하는 예술관을 반영하지만, 동아시아에는 실질적으로 그것에 유사한 사고방식을 발견하기 어렵다. 지적재산권, 과학 그리고 경제발전이라는 세 가지 요소의 연관성은 필연적이고 보편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우발적이고 지역적인 성격이라는 것을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Ⅰ. 처음에
Ⅱ. 동아시아 전통 법제에서 저작권 보호 관념의 존재 여부
1. 문제의 소재
2. 윌리엄 앨퍼드 지음 책 도둑질은 고상한 범죄라는 저술의 법사학적 의미
3. 사례 하나―중국 송대(宋代)의 번각 또는 중각출판
4. 사례 둘―일본의 한모토[版元]
5. 사례 셋―세계 최초로 활자를 발명한 나라 한국
Ⅲ. 맺음말―동아시아에서 서구 저작권 보호 관념의 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