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舫山) 윤정기(尹廷琦, 1814~1879)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의 외손자로서 다산이 강진 유배 시절에 길러낸 제자들과 함께다산의 학문을 계승한 대표적 인물이다. 특히 다산학단(茶山學團)의 인물로는 유일하게 다산의 경학(經學)을 계승하였으며, 그의 주요 저술들은다산의 저술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다산학단에서 윤정기의 위상이 중요한 것은 다산학의 계승자일 뿐만이 아니라, 추사학파인물들과 교유를 통해 다산학을 전파하고 추사학파의 학문적 성과를 수 용한 데 있다 할 것이다. 다산의 제자 중 일부는 다산 사후 추사를 비롯한 추사학파 문사들과교유를 통해 그들의 활동 영역을 넓혀나갔는데, 윤정기는 그 대표적 인물이다. 19세기 학예(學藝)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다산과 추사의 학문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던 윤정기의 활동을 살펴보는 것은 그래서 의미있다. 19세기 연구는 이 두 사람이 만들어 놓은 학문의 성과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윤정기의 학문적 성과가 다산과 추사를 넘기에는 턱없이부족하였지만, 두 사람의 학문을 연구하는 후학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윤정기의 노력과 성과를 주목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1) <진흥왕북수비가(眞興王北狩碑歌)>는 바로 다산과 추사의 학문적 영향이 윤정기에게 어떻게 끼쳤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