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의 주요 제재인 매화는 특별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어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고고한 사람처럼, 차가운 눈 속에서도 꽃을 피워낸다는 것이다. 관습적으로 군자(君子)나 은자(隱者)를 상징하는 매화는 대나무, 난초, 국화 등과 마찬가지로 문인들이 가장 본받고싶은 존재였다. 따라서 문인으로서 매화를 그리는 행위에는 자신의 고고 한 인품을 드러낸다는 분명한 의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 옆에 시를씀으로써 문인들은 ‘시·서·화 일체(詩書畵一體)’라는 이상을 실천할 수 있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시와 서를 갖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국 명대(明代)의 문인 서위(徐渭, 1521~1593) 역시 매화를 그리고 그옆에 시를 썼다. 매화그림만을 보면, 구도가 색다르다, 붓질이 빠르고 힘차다 등 표현기법이 다른 작가의 매화그림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매화가 어떤 함의를 지니는가에 대해서는 크게 의문을 품지 않게 된다. 그런데 매화그림 옆에 쓴 서위의 자제시(自題詩)를 보면, 그의 매화가 문인 전통의 고결하고 꿋꿋한 절개를 가진 매화로만나타나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송대(宋代) 이래로 굳어진 매화에대한 상투적 표현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서위의 매화 그림 옆에는 어떤 시가 쓰여 있는가? 그는 왜 매화에 다른 이미지를 부여했을까? 이글에서는 서위의 시와 그림에서 매화가 어떻게 형상화되어 있고 그것이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해보고자 한다.
머리말
먹고 살기 위해 그린 매화
물에 빠진 매화
조연으로 등장하는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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