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즉 훈민정음이 외국 문헌에 최초로 나타난 시기는 언제일까? 이 글에서는 중국 문헌에 나타난 한글 자료 몇몇을 살펴보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고찰하기로 한다. 글쓴이가 이 글을 엮게 된 것은 알렉산 더 와일리(Alexander Wylie, 1860)의 논문에 실린 아래의 기괴한 그림에적잖이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1 이 시는 허균의 것인데 와일리는 이내용을 『Lung wei pei shoo』, 즉 『용위비서(龍威秘書)』 2 에서 인용하였다고 하였다. 이 책은 청의 마준량(馬俊良)이 편집하여 1794년에 간행한책으로서 인용한 시는 제 9집 ‘황외기서(荒外奇書)’ 제4권에 있는 ‘역사 기여(譯史紀餘)’에 ‘고려국서(高麗國書)’라는 표제 하에 실려 있다. 이 글자들을 보면 제대로 된 것은 아니지만 한글인 것은 분명하다. 전체적인 특징을 말하자면 글자가 부정확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이응’에 해당하는 동그라미가 없다. 이응은 대부분 ‘마늘모(厶)’ 자로 표기되어 있다. 이는 동그라미가 쓰이지 않는 한자와 거의 유사하다. 그리고 각 글자의 획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쓰려고 노력한 데다, 각 획을 애써 분리해서 쓰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