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가끔은 예기치 않은 절묘한 해후가 있기도 하다. 애써 만나려 하지 않아도, 또 억지로 인연을 이으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만나고야 마는 그런 특별하고 기이한 만남. 20년이란 긴 세월이 흐른 뒤, 우연인지 인연인지 다시 만난 스님과 문인의 사연이 한시와 함께 멋스럽게전해지고 있는 예를 보자.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은 1699년 봄(49세) 형님 김창집(金昌集)의 임소인 강화도[전해 11월에 김창집이 강도(江都) 유수(留守)로 부임해 있었다]를 찾았다가 풍광이 아름답다고 알려진 교동 앞바다의 보문암(普門菴)을 찾게되었다. 그런데 그곳 보문암에서 20년 전에 만났던 스님을 다시 만났는데, 우연인지 인연인지 20년 전에 그 스님을 만났던 절 이름 역시 보문암이었다. 농암은 이날의 사연을 다음과 같이 자세히 적어놓고 시 한 수를 지어 다시 만난 스님에게 작별의 선물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