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하순, 오랜만에 중국 여행길에 올랐다. 3개월하고도 열흘이나 되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이었다. 회사일로 간 출장이었지만 큰 부담이 없었다. 목적지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상해(上海). 19세기 말부터 조선 지식인들에게는 서적의 공급원이 연경(燕京)에서 상해로 바뀌어갔다. 상해가 출판의 중심지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약간 의 설렘 같은 게 있었다. 하지만 나는 출발하기 전에 중국 책을 사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더 이상 책을 보관하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책을 산다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상해에 도착해 짐을 푼 곳은상해사범대(上海師範大)의 상해교육국제교류중심(上海敎育國際交流中心)이었다. 김은희 선생이 신경을 써준 덕분이다. 어학연수 겸 회사와 관련된 일 을 보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하지만 책을 사지 않겠다는 내 결심이 무너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중국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만난 사람이 북경대(北京大) 반건국(潘建國) 교수였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북경에서 선문대 박재연(朴在淵) 선생과 만난 적이 있는데,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반건국 교수는 내게 상해 고서점가(古書店街)를 소개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