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대기 동아시아 회화사에서 ‘초충(草蟲)’이라 불린 화목(畵目)은 손꼽아 헤아릴 만한 그림의 몇 갈래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1 ‘초충’은 초본식물 주변의 벌레를 뜻하며, 요샛말로 ‘곤충’이라 부르는 작은 동물에 속한다. 그림으로 그려진 ‘초충’을 보면 사마귀, 방아깨비, 달팽이,쇠똥구리, 여치, 귀뚜라미, 하늘소, 매미, 모기, 파리, 나방부터 작은 도마 뱀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렇게 갖은 곤충은 화폭의 주제로 등장하여 어떠한 의미로 소통되었을까? 이러한 의문은 문학사나 철학사 등 주변 학문의 연구 성과로 추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컨대 문학사에서 영물시(詠物詩)가 담당했던 의미의 전개와 일정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경(詩經)』의 초충 노래와 육조 시대를 기반으로 송대에 크게 발달한 영물시의 우의와 풍자, 성 리학의 관물적(觀物的) 사유 등 초충을 다룬 문학적 내용을 말한다.2 우리학계의 관심거리였던 인물성동 이론이나 신사임당의 초충도 문화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정해보게 된다. 그런데 정작 오랜 역사를 가진 초충도 속 초충이 그려진 의미의 구체성에 대한 세밀한 탐색은 미흡하였던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 탐색의 첫 단계로, 중국 송나라에서 그려진 초충도의 양상을보려고 한다. 송대의 회화 이론이나 회화 양식은 동아시아 회화사에 지속적으로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대 문인의 취향, 수묵(水墨) 초충도
후대로 유전되는 소식 제시의 「초충도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