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대기 회화 작품들 중에서 ‘초충(草蟲)’이 무슨 의미로 그려지고 감상되었는지 탐색하고자, 지난 호에서는 ‘인물을 기롱하다’라는 주제로송대 수묵초충도 한 권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번 호에서는 ‘세태를 풍자하다’라는 주제로 드러나는 원대(1279∼1368)의 채색초충도 한 권을 살피려고 한다. 이를 통해서 송에서 원으로 이어졌던 초충도 전개상의 일면을 짚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 호에서 살핀 「초충도권(草蟲圖卷)」은 소식(蘇軾)의 시 「초충팔물(草蟲八物)」이 얹혀 있는 초충도로 귀뚜라미[促織], 매미[蟬], 두꺼비[蝦蟆], 쇠똥구리[蜣蜋], 하늘소[天水牛], 도마뱀[蝎虎], 달팽이[蝸牛]가 나열된 그림이 다. 「초충도권」은 송대 초충도를 원나라의 견백자(堅白子)라는 화가가 베껴 그린 모사본이었으니, 원대 초기에 이루어지던 송대 초충도 문화의계승 양상이었다. 그림 위에 적혀 있는 소식의 「초충팔물」은 초충 하나에그 시대 인물을 한 명씩 빗대어 ‘기롱’한 것이 특징이다. 거물급 인물들을 한 명씩 조그만 벌레로 풍자한 묘미와 차분한 붓질의 수묵필치가 어우러진 이 그림은 송대와 원대에 걸쳐 문인들에게 오랜 인기를 누렸다. 「초충팔물」이 얹힌 송대 초충도는 남송대를 거치며 석각(石刻)이 되어 원대로 전해졌고, 이러한 송대의 전통을 기반으로 원대에는 초충도가 더욱 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