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은 생각할 것이 많은 곳이다. 바라보는 형상마다 깊은 생각을 자아낸다. 사찰의 조형은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나의 사후(死後) 세계를 경험하고자 한다면 사찰의 지장전(地裝殿) 혹은 명부전(冥府殿)이 제격일 것이다. 그곳에 있는 지장보살과 열 명의 지옥의 왕, 그리고 지옥을 그린 불화를 바라보면 내가 살아온 현재의 모습 을 통해 미래의 나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일 것이다. 또한 지장보살(地藏菩薩) 앞에 마련된 업경대(業鏡臺)를 바라보면 나의 과거를 확연히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자신의 마음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마음을 잡아매고 잘못을 뉘우칠 곳이 바로 명부전이다. 사찰에서 불공을 드릴 때 축원 전에 하는 것이 참회이다. 잘못을뉘우치고 부처님께 용서를 청하여야만 나의 소원이 이루어지기 때문에‘원멸(願滅) 사생육도(四生六途)’부터 시작하여 ‘세세상행(世世常行) 보살도(菩薩道)’로 끝나는 참회의 마음은 경건하다. “원컨대 육도(六道)에서 사생 (四生)1의 중생으로 살면서 오랫동안 지어온 모든 죄업을 멸하게 하여 주소서. 제가 이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숙여 참회하오니 원컨대 모든 죄와 장애가 남김없이 사라지고 제거되어 앞으로 오는 모든 세상에서 보살도를 행하게 하여 지이다”2 하여 참회와 발원이 함께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