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국문어필첩(正祖國文御筆帖)』은 정조가 외숙부 홍낙인(洪樂仁)의 처여흥 민씨(驪興閔氏)에게 보낸 것을 모은 간찰첩으로 예필(睿筆) 두 점과 예찰(睿札) 일곱 점, 어찰(御札) 일곱 점, 총 열여섯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조가 세손 때부터 정조 22년(1798)까지 외숙모인 여흥 민씨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놓았다. 처음 네 통의 편지는 졸필이어서 왕세손이던 어린 시절에 쓴 것임을 한눈에 엿볼 수 있다. 대개 ‘질(姪)’, ‘원손(元孫)’ 또는 ‘세손(世孫)’이라 서명된 편지를 포함한 일곱 통은 1777년 국왕 즉위 이전에 쓴 것인데, 수신자가 ‘아마님에게’ 또는 ‘叔母主前’으로 되어 있다. 나머지 일곱 통은 세밑에 세찬(歲饌)1을 보낸 물목이 덧붙여져 있어 즉위한 이후에쓴 것임을 알 수 있으며, 그중에서 간지가 있는 것은 네 통이다. 각각 1793년, 1795년, 1796년, 1798년으로 정조 17년에서 정조 22년에 걸쳐 있다. 수신자는 ‘홍참판’ 또는 ‘국동’으로 되어 있다. 외숙부 홍낙인이 일찍 죽어 혼자가 된 외숙모에게 정조가 한글로 편지를 보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세밑이 다가오기 열흘이나 보름 전에 세찬을 보내면서 안부를 묻는 편지와 함께 세찬 물목이 덧붙여져 있다. 그중에 간지는 없지만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언급한 내용이 있어 1795년에 쓴 편지임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거의 해마다 보낸 듯한 세찬 물목의 내용은 대동소이한데 공통적으로 인삼 한 냥과 전문 일백 냥, 쌀 한 섬으로 시작해서, 백청(꿀) 다섯 되, 전약(煎藥)2 한 그릇, 건시 두 접, 큰 전복 한 접, 생치(生雉) 세 마리가반드시 있었고, 그 외에 조기나 대구, 광어, 복어, 대게 등 해산물과 젓갈,그리고 왜감자나 산귤 같은 과일, 혹은 차나 담뱃대, 향초 등도 들어 있다. 그 밖에 홍낙인의 아들인 홍수영(洪守榮)과 수대(守大)3, 수증(守增)4에 관한 기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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