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로 담근 김치는 오늘날 우리가 상식(常食)하는 음식이다. 그러나 ‘배추’라는 채소에 특별한 애정을 담거나 혹은 어떠한 의미를 담아서 표현한 문예작품은 머리에 얼핏 떠오르지 않는다. 조선 시대의 그림들 가운데 배추가 주제로 그려져 있는 작품이 있어, 이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오히려 ‘어, 배추를그렸네!’ 하고 놀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배추라는 식물은 ‘배추머리’와 같이 비속한 말에나 쓰이고 너무 흔한 먹거리이기에, 고상한 회화 작품의 주제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옛 문헌과 회화사에 접근하여보면, 배추류의 식물이 상당한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시문(詩文)의 대상이 되고 그림으로도 그려지며 감상되었던 것을살필 수 있다.1 배추 그림의 감상에는 덕목의 의미화가 다양하게 부여되었고,배추는 모든 채소의 으뜸으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배추를 둘러싼 이러한 문예 실상에 관심을 가지고 옛 문헌들을 찾아보노라면, 우리가 배추라는 이 커 다란 채소를 어떻게 맛있게 먹을까만 탐구하기보다는 새롭고 흥미로운 문화적 주제로 키워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1. ‘숭(菘)’ 이라 불린 튼실한 채소, 배추
2. 조선 후기에 감상된 숭채화(菘菜畫)
3. 애민(愛民)의 채근(菜根)과 배추 그림
4. 조선 후기 문인화가의 배추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