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몇 통의 부고장을 타국의 한 도시에서 전자편지로 받았다. 2월에는 이메일을 열어보다 연구실 옆방 선생님의 부고를 뒤늦게 확인하고 한 동안 망연자실했다. 3월에는 지도교수님의 별세 소식을, 8월에는 웃음이 호탕했던 선배의 영면에 먹먹히 하늘을 보았다. 1년이란 그리 긴 세월이 아니건만 떠나온 몇 달 사이에 영영 이별이 찾아든 것이다. 해외에서 잠시 머물 다 돌아가면 다시 그 자리에 계실 줄만 알았던 분들이다. 나는 현재 가족과 함께 이국을 여행하는 중이다. 이곳 샌프란시스코 언저리에서 벌써 여덟 달을 보냈으나 매일이 여행인 것처럼 산다. 여행 속의작은 여행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두 딸에게는 우리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 작은 여행들과 이 한 해의 여행이 언제고 다시 우리를 묶어줄 소중한 눈금이 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인생이란 것이 정말로 한 줌의 여행일 수 있음을 절감케 한 계기는 누군가 영영 떠났다는 그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