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1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우리를 전송하는 장 선생님의표정이 심상치 않다. 석별의 아쉬움이야 남몰래 눌러두는 편이 중년 남자들의 길들여진 예의일 텐데 뭔가 다른 맥락이 섞여든 눈치이다. 조심스레 그가 물었다. 들었습니까? 어젯밤 이스탄불 뉴스? 그러면서 그제서야 테러 소식을 전한다. 날짜로 치자면 그 다음날, 우리 가족은 1년간의 미국생활을 접고 이스탄불에 도착할 참이었다. 사실, 하루만 앞섰더라면 그날이 운명적인 하루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숙소는 테러가 일어난 곳으로200미터 쯤, 블루모스크 옆의 ‘로맨틱 이스탄불’이라는 조그만 호텔이었다 그리고 3월 28일 어제, 이화여대 강의실에서 사유의 깊이를 가진 한시(漢詩)의 계통, 이른바 송시풍(宋詩風)을 설명하면서 ‘길’이라는 소재에 유독사색적인 시가 많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성선의 <다리>는 그런 상황에서내가 자주 낭독해주는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