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부석사에 가면 꽃으로 장엄된 세계가 보인다. 화엄(華嚴)이다. 깎아지른 계단을 몇 번을 올라야 그제 서야 살짝 보여주는 안양루와 무량수전.길게 터널처럼 이어진 범종누각 아래의 흙길. 다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무량수전 앞마당에 당도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정작 무량수전이나 부처를 보고 희유하다는 벅찬 감정을 드러내기 보다는 안양루에서 보이는 바 깥 세상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탄성을 자아낸다. 희로애락이 존재하는 저곳사바가 곧 즐거운 세상임을 이곳 부석사에 와보면 느껴진다. 이것만 깨달아도 부석사에 온 목적은 이루어진 셈이다. 의상법사는 법성게 첫머리에서 “법성원륭무이상 제법부동본래적(法性圓融無二相 諸法不動本來寂” 사물의 성품은 참됨과 허망함에 두루 통하여두 가지 모습이 없기 때문에 모든 존재는 움직이지 않고 본래 고요하다고하였다. 화엄의 세계 연꽃으로 장엄된 세상은 인간들끼리 부대끼고 살아가는 그곳이 비로자나불의 세계이다. 두두물물(頭頭物物) 부처 아님이 없는 도리를 알 수 있다. 적어도 부석사 안양루에서 저 멀리 파도처럼 밀려오는법의 바다를 바라보면 뭇 산들의 해조음(海潮音) 소리를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