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어에는 겉으로는 의존 동사(보조 용언)처럼 보이는 ‘지라’가 사실은 의존 동사가 아니고 선행하는 동사 표지 ‘거/어/나’와 함께 특수한 평술형을 형성한다고 보고 고영근(2020가)에서는 이를 “소망 평술형”으로 처리하였다. 이 환경에서 실현되는 ‘거/어/나’는, 고영근(1980/1999: 457)에서 밝힌 바와 같이, 동사 표지이지 결코 학교 문법의 보조적 연결 어미가 아니다. 중세어의 보조적 연결어미에는 ‘-어/-아, -게/긔, -디(ᄃᆞᆯ), -고’ 밖에 없다. 그런데 임홍빈(2020)에서는 동사 표지 ‘거/어/나’를 ‘거어/어어/나아’의 축약으로 보고 ‘지라’를 의존 동사(보조용언)로 보고 있다. 축약으로 본다면 성조 문제를 언급해야 하는데 임홍빈(2020)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필자가 고영근(2020가)에서 문제를 제기할 때에는 동사 형태부의 성조에 관한 정보도 수집하였으나 직접 관계가 없기 때문에 생략하였다. 그런데 임홍빈(2020)에서는 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축약이라고 하였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고영근(2020가)에서 보류해 둔 성조 문제를 다룸으로써 ‘거/어/나지라’가 결코 축약형이 아님을 증명하여 보이려고 한다. 이와 함께 형태소의 분석과 기능 문제도 다룸으로써 ‘거/어’의 본질 문제에 다가서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