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공포라는 논제는 사회학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 사회학 본유의 연구대상인 사회적 행위는 목적 합리성과 경험적 관찰을 전제로 하는데 공포는 의도적으로 관여하기 힘든 인간의 심리 내면 과정으로 치부되어 오랫동안 사회학자들의 주요 연구 어젠더로 수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예기치 못한 대형 사고가 빈발하고 전 지구적 재난과 재앙이 가시화되면서 위험의 범역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그 인과관계도 복잡해지고 있다. 더불어, 대중의 불안과 공포가 커졌으며 관련 학계의 관심 또한 고조되고 있다. 연구 결과에서 보듯 공포는 현대사회와 현대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사회학의 숨겨진 코드 중 하나였다. 일찍이 에밀 뒤르케임은 아노미 상황과 공포 간 연관성에 주목했고, 막스 베버는 공포를 프로테스탄트윤리의 정당화를 위한 주요 요소로 간주했으며, 노버트 엘리아스는 문명화 과정에서 외적 강제 메커니즘의 내화를 위한 핵심 매개체로 공포를 특정했다. 한편, 사회학계에서 공포 담론을 본격적으로 펼쳤던 이는 지그문트 바우만과 니클라스 루만이었다. 이들은 상이한 이론구성 전략과 현실 진단 및 미래 전망을 통해 사회학계 공포 논의의 심화를 위한 변곡점을 제공했다. 탈근대적 문제의식으로 무장한 바우만이 근대의 진전에 따른 공포감정의 질적 변환과 외화 및 사사화 과정을 탐구한 실천적 학자였다면 체계이론가 루만은 위험사회학의 견지에서 공포의 사회적 구성과 작용 및 공포 커뮤니케이션의 작동 메커니즘을 이론적으로 천착했다. 일부 선구적 학자들이 이론과 담론 수준에서 이끌어오던 사회학계의 공포연구는 근자에 감정사회학과 위험사회학이 사회학의 분과영역으로 자리를 잡는 것과 맞물려 새로이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대개는 경제위기, 환경문제, 흉악범죄, 전염병과 같은 발화성 높은 사회 이슈들을 대상으로 파편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뿐 공포연구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심화시키거나 경험적 연구성과의 체계화 및 유기적 축적 단계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오늘날 공포는 우리의 의식과 삶을 지배하는 ‘사회적 실체’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 만큼 사회학연구도 이에 부응함으로써 자신의 학문적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특히 공포의 사회적 확산 기제를 밝히는 실증적 연구와 함께 감정사회학과 위험사회학의 문제의식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이른바 공포사회학의 정립이 그 무엇보다도 요청된다.
Traditionally, fear has not been a major concern in sociology. This is because in ‘social behavior’, the unique research subject of sociology, purposive rationality and empirical observation are presupposed, while fear has long been deemed to be a psychological process that can not be intentionally involved and has not converged as a major research agenda by sociologists. In recent years, however, as unexpected large-scale accidents have occurred frequently and global disasters have become more visible, the range of risks is expanding as well as the causal relationships becoming more complicated. As a result, public anxiety and fear are increasing, and the interest of the academic community is also getting high. This study outlines the process of shaping and developing the discourse of fear in sociology and considers the main perspectives and issues. The research results show that fear has been one of the hidden codes of sociology to understanding the character of modern society and modern people. In the past, Emile Durkheim noted the link between the Anomie situation and the fear factor, Max Weber saw fear as a key factor in rationalizing Protestant ethics, and Norbert Elias stressed that fear served as a medium for the internalization of external coercive mechanisms in the process of civilization. Meanwhile, Zygmunt Bauman and Niklas Luhmann, who were the leaders of sociological discourse of fear, provided a turning point for deepening sociological fear research through different theoretical composition strategies, reality diagnosis, and future prospects. Armed with a post-modern question, Bauman was a practical scholar who worked on the qualitative transformation and internalization process of fear emotion according to modern progress, while system theorist Luhmann deeply grasped the social formation and function of fear in addition to the working mechanisms of fear communication from the standpoint of risk sociology. The sociological discussion of fear, which was held at the theoretical and discourse level, are centered around Bauman and Luhmann, has recently been revitalized as emotional sociology and risk sociology have become subdivisions of sociology. However, with the exception of short-term or one-time studies by some scholars, the sociological study of fear has not advanced to a stage where research results are accumulated and systemized or where fear research is taken up from a mid- to long-term point of view.
Ⅰ. 문제 제기
Ⅱ. 선행연구 검토 및 최근 연구 동향
Ⅲ. 공포 담론의 시원(始原)과 확산
Ⅳ. 사회학적 공포 담론의 형성과 전개
Ⅴ. 맺음말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