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법장(法藏)의 저서로 알려진 『유심법계기(遊心法界記)』의 찬술 배경에 대해 고찰한 것이다. 이 책은 서숭복사 시절 법장이 저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사상적으로는 오교판에 근거해 관행(觀行)을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학계에서는 『유심법계기』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았다. 『오교지관(五敎止觀)』과 시대적인 선후 관계를 고찰하는 것이 주된 논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유심법계기』가 신라 찬술 문헌일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따라서 본고를 통해 『유심법계기』의 찬술 배경과 사상적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본고에서는 크게 3가지 측면에 의거해 『유심법계기』가 신라 찬술임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이 책은 법장의 찬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전 인용 방식에 있어서 기존의 법장과 다른 태도가 보이고, 변격한문이 빈번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둘째, 본서가 심상(審祥)에 의해 신라에서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점이다. 후대에 『유심법계기』를 교감(校勘)했다는 서문의 기록도 보인다. 그러나 다른 일문(逸文)들과 비교해 볼 때, 초기에 일본으로 전해진 것과 후대에 수정된 것이 거의 다르지 않다고 판단된다. 셋째, 법장의 표현을 빌려오면서도 사상적으로는 의상계 화엄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유심법계기』는 방편설인 전사교(前四敎)와 구경설인 제5교(第五敎)를 구별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화엄전일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중하근기의 중생까지 포괄하고자 했던 의상계 화엄의 특징이다. 또한 가명보살(假名菩薩)에 대한 『화엄경』의 교증을 제시하는 부분도 보이는데, 이 역시 신라에서 주로 논의되었던 삼승극과회심설(三乘極果廻心說)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심법계기』는 법장을 수용한 신라 인물이 쓴 것이라 사료된다.
This paper investigates the background behind the compilation of Yusimbeobgyegi (『遊心法界記』), known as a piece of work by Fazang (法藏). One of its ideological characteristics is proposing the Dharmaparyāya of Contemplation (觀行法門). Since the 20th century, however, academic circles have not invested much interest in Yusimbeobgyegi. Recently, the possibility that the literature was compiled in Silla has been acknowledged. Thus, this study decided to examine its compilation background and ideas. The study set out to demonstrate that Yusimbeobgyegi was a piece of work created in Silla based on three major aspects: first, it was not compiled by Fazang since it had different passages quoting scriptures from his other pieces of work and sentences written in abnormal Chinese; secondly, this book was transmitted from Silla to Japan by Simsang (審祥). There are some records about the revision of Yusimbeobgyegi in the preface. However, as a result of verification, the phrases transmitted to Japan in the early days are almost identical to those revised by later generations; and finally, the book inherits the ideology of Uisang (義相) while using Fazang s expressions. In the book, the four inferior teachings (前四敎) as expedient teaching are distinguished from the fifth teaching (第五敎) as perfect teaching. This tendency is a characteristic of Huayan thought of Uisang-line that tried to win over all living things. The book also presents phrases from Avataṃsaka Sūtra regarding the inferior Bodhisattva (假名菩薩), probably to keep in mind the theory of the conversion at Tri-yana Highest level (三乘極果廻心說) mainly discussed in Silla.
Ⅰ. 서언
Ⅱ. 선행연구: 『五敎止觀』 草稿說에서 法藏僞作說로
Ⅲ. 『遊心法界記』의 法藏撰述說재고
Ⅳ. 『遊心法界記』에 나타난 敎判論
Ⅴ. 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