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김수영의 주요 시어로 간주되어본 적이 없는 것 하나를 새롭게 주요 시어로 격상하려는 작업이다. 김수영은 세 편의 시에서 ‘완성’이라는 시어에 서로 다른 내포적 의미를 부여했다. 「이혼 취소」에서 ‘완성’은 앎을 행위로 전환시키는 일, 즉 실천을 뜻한다. 그 실천이 ‘앎의 완성’이라는 이름에 값하는 윤리적 실천이 되려면 ‘선이 아닌 모든 것은 악’이라는 단호한 이분법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수영 특유의 강박이다. 「식모」에서 ‘완성’은 반어적이고 자조적인 의미를 갖는다. 중산층의 일상성 속에 자리를 잡아버린 자신과 제 가족의 처지를 그는 진부한 드라마의 전형적인 성격화(characterization)를 불평하듯이 진단한다. 세 편의 시 중 유일하게 ‘완성하다’가 아니라 ‘완성되다’가 사용되는 이유도 이 완성이 실은 수동적 퇴락으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꽃잎」에서의 ‘완성’은, 시에 명시적으로 사용된 표현 그대로, 소식(진리)의 완성, 즉 깨달음의 성취를 의미한다. 점차 부정적인 방향으로 완성되어가는 삶에 맞서서(「식모」) 앎을 긍정적으로 완성하는 윤리적 실천을 시도하는(「이혼 취소」) 일은 세속에서의 수행이라고 할 만한 것인데, 그 수행의 어느 한 고비에서 김수영은 이 세 번째 의미의 완성을 엿보고 있었다. 세 편을 제외한 다른 어떤 시에도 ‘완성’이라는 시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어휘를 다룰 때 그가 이를 시어로서 특별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명한 자각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In three poems, Kim Soo-young gave quite different implications to the word ‘completion’. First of all, reading three poems in detail was a priority because the implications could not be grasped without a close understanding of the contents of the poem. In ‘Cancellation of Divorce’(「이혼 취소」), ‘completion’ is the conversion of knowing into an act, that is, practice. Kim Soo-young s unique obsession is to aim for absolute good without compromise. In ‘Housemaid’(「식모」), ‘completion’ has an ironic meaning. He diagnoses his family’s condition, which has degenerated into the daily lives of the middle class, in a cynical tone. ‘completion’ in ‘Petal’(「꽃잎」) means the completion of truth, that is, awakening. Kim Soo-young tried to practice ethics to positively complete knowing against a life that is constantly being completed snobically, and ultimately dreamed of completion of this third meaning, that is, ultimate freedom.
1. ‘완성’이라는 주요 시어
2. 지식의 완성, 앎에서 행위로: 「이혼 취소」의 경우
3. 퇴락의 완성, 본래성에서 일상성으로: 「식모」의 경우
4. 소식의 완성, 수행에서 깨달음으로: 「꽃잎」의 경우
5. ‘완성’의 세 가지 층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