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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등재 학술저널

노화의 과학과 나이 듦의 철학

지난 20세기는 인간의 건강과 수명에 있어 그 이전 세기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성과를 이룬 시기였다. 건강의 중요 지표로 여겨지던 영아사망률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거의 0에 근접해 가고 있으며 출생 시 기대여명은 20세기 초에 비해 두 배가 되었다. 사람이 오래 살 수 있게 되자 노화(senescence)가 문제가 된다. 그래서 노화를 차단하거나 늦출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인기를 끌고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노화를 막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왜’ 늙는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물음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 ‘왜’의 문제에는 생애, 역사, 진화의 시간을 중첩해 보아야 비로소 접근할 수 있다. 이 분야의 문헌을 검토한 결과, 우리는 자연이 노화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늙어간다는 역설적인 결론을 얻었다. 자연선택은 생존과 생식에 유리한 형질은 적극적으로 선택하지만 어떤 유전자가 생존과 생식에 나쁜 영향을 주지만 않는다면 생식이 끝난 다음에는 같은 유전자가 질병이나 손상을 일으키더라도 걸러낼 수 없다. 노화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기에 남게 된 잔여형질이다. 노화가 생물학적 운명이라면 나이 듦은 생물-문화적 실존이다. 그것은 새로운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그것을 신경과학과 면역학의 연구 성과들과 은유적으로 대비하여 설명해 보았다. 나이 듦은 ① 변화하는 뇌의 신경배선을 통해 세상과의 관계패턴을 내 속에 기록하며 ② 면역세포들이 만났던 수많은 항원들에 대한 생물학적 기억들을 내 속에 담거나 덜어내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나이 듦이란 온갖 낯선 것들에 익숙해지다가(세상을 내 속에 담다가), 어느 순간 그렇게 익숙해진 것에 또다시 낯설어지는(그렇게 내 속에 담겼던 세상을 조금씩 덜어내는), 그러다가 죽음에 이르러 세상에 모든 것을 돌려주고 그것과 하나가 되는 그런 과정이다. 노화방지의학이 인간의 수명을 얼마나 연장해 줄지 알 수 없지만, 이와 같은 나이 듦의 틀 자체를 크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담았다가 덜어내는 중에 하게 되는 활동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 일, 놀이다. 나이 듦은 이 세 활동을 조화시켜 의미 있는 삶의 내러티브를 완성하는 과정이다.

During the last 100 years or so, we have witnessed a great leap in the field of health and longevity of humankind. Infant mortality in advanced industrial societies, which is regarded as an important index of health, has plummeted nearly to zero and the life expectancy at birth has lengthened as twice as long as that of early 20th century. As we live long enough to survive the external predicaments, senescence has become prominent. Researches aiming at preventing or delaying senescence have prospered and brought some promising results. But the question of 'how' senescence can be prevented is subordinate to the question of 'why' we all get old and die. This 'why' question should be answered by having a multi-temporal perspective combining life course, historical and evolutionary time scale. After reviewing literatures in this field I have come to the paradoxical conclusion that we get senile because Nature cannot select senility. Nature actively selects traits that are advantageous for survival and reproduction, but cannot filter off the genes that might have harmful effect on individuals in later life as long as they do not hamper survival and reproduction when the individuals were young. Senescence is the remnant of natural selection because it could not be a focus of selection. While senescence is a biological destiny, ageing is a bio-cultural and existential phenomenon. Ageing is a process during which I am making a new I. Ageing changes my identity by changing patterns of neural network and adapts dynamically to the changing circumstances by getting and letting go of the biological(mainly immunological) memories, which ultimately leads to death. Ageing is a biological necessity, a meaningful narrative and an ordinary way of life.

【요약문】

1. 머리말

2. 우리는 왜 늙는가?

3. 나이 듦의 뜻

4. 어떻게 늙을 것인가?

5. 맺는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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