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모는 중상류층 가정 내에서 가사노동을 수행함으로써 가장 가까이에서 자본주의적 논리를 경험하는, 그러나 잔존하는 전근대성을 깊이 체현하고 있기에 다양하고 복합적 형상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신세대 보모들은 낙후된 농촌을 표상하면서도, 동시에 물질적으로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였기에 도시적 모습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도시에 매우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2014년 소위 신세대 보모를 형상화한 13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劉慶邦의 <找不著北: 保姆在北京>에서의 ‘보모’ 재현 양상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找不著北: 保姆在北京>의 배경이 되는 2010년대 초반에도 실제로는 가정 안에 신분과 계급이 존재하고 있다.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이 은밀한 권력 관계 속에서 ‘보모’는 도시가 예속화한 농촌을 상징화하고 있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보모들은 모두 농촌 출신으로 도시와 농촌의 위계적 관계로 인해 가정 내에서 더욱 고립되고 배제되기 쉬운 존재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보모는 ‘위계질서’에 순응할 것인가, 아니면 저항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고용주로부터 통제를 받는 선량하고 수동적인 존재 즉 선량한 ‘하위계층’과 억압하는 현실에 대해 나름의 방식으로 저항하고 있는 ‘하위주체’ 두 가지의 보모 형상을 발견할 수 있다. 도시 내 가정에 진입함으로써 ‘도시와 농촌의 위계적 관계’를 직접 경험하게 된 여성 ‘하위계층’에게 있어 ‘위계질서’에 대한 저항은 쉽지 않다. 도시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공간적으로 폐쇄된 가정 내부에서 일하기 때문에 고용주와의 갈등 속에서 보모는 약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시인과는 다른 본인의 신분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즉 선량하지만 수동적인 보모의 형상을 이 작품에서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저항하는 ‘하위주체’로 등장하는 보모와 고용주간의 권력 관계는 성적 서사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성적 서사 속에서 보모들은 섹슈얼리티를 전략으로 하여 고용주에게 오히려 권력을 행사하는데 그 과정 속에서 은폐된 가족 공간이 파헤쳐지기도 한다. 물론 보모 스스로 각성하여 시대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으며 계층이동을 통해 자신의 환경에서 벗어나려는 그들의 시도는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도 못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시스템과 엘리트 계층에 의해서 주도되는 현실 속에서 그들 나름의 저항과 균열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위주체’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보모는 가정 안에서 도시인들과 밀접하게 생활함으로써 도시 문화를 욕망하는 동시에 이방인이기에 도시의 부정적 측면을 발견하는 이중성을 지니기 때문에 도시 속에 숨겨져 있는 은밀한 부분을 드러낼 수 있다. 이 작품 속에서 도시 속 가정의 위선과 부조리함은 보모가 고용주 가정에서 겪은 모든 일들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거나 문학 작품으로 발표함으로써 폭로된다. 본래 보모는 여성 ‘하위계층’으로서 스스로 발화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지 못하는존재로 묘사되는 것에 반해, 이 작품 속의 보모들은 목격하고 경험한 바들을 기록하여 폭로하는, 즉 ‘말할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With the highly-advanced economic development, the labor type of women who moved to cities started to be gradually changed. So-called new generation nannies not only represented the underdeveloped rural areas, but also enjoyed relatively-abundant life materially, so they look different from the nannies in the early period of reform and opening in the aspect of showing the urban look and quick adaptation to city life. Thus, this study aims to analyze the aspect of representing ‘nanny’ in Liu Qingbang’s Get Lost in Direction: The Nanny in Beijing composed of 13 short stories that represented nannies in 2014. In the process of adapting oneself to the urban space, a nanny who is a female subaltern subject has to decide if she will accept the suppression, or make a stand against it. As a female subaltern subject who enters the capitalist system by directly experiencing the hierarchical relation between city and rural area, it is not easy for her to refuse the discipline. The power relation between nanny as a female subaltern subject and employer is the mostly clearly shown in the sexual narrative. This work includes many scenes in which an employer regards a nanny as an object of eros and play by using his superior status. Like this, a female subaltern subject is represented as sexuality in many cases, and in some works, the nannies seduce their employers by using the sexuality as a strategy. Also, a nanny causes a crack to the symbolic system of sweet home by witnessing and testifying the private daily life of an urban family. As the private daily life of urban family is witnessed and testified by nannies, the private secrecy is destroyed. Both ‘home’ and ‘family’ are ones of the most private places. As a laborer, a nanny is performing household works while staying at home which is a private space. The nannies have the duality of craving for urban culture by closely living with urban people in their families, and also finding the negative aspect of city as a stranger. Even though they have the resistant consciousness of gazing at and disclosing private families in the viewpoint of others, they are limited to form the group consciousness as they just individually resist it because they perform closed labor. Also, the power struggle between nanny and female employer shows that the patriarchy is still dominating everyday life in reality.
1. 보모, 가정 내의 경계인이자 이방인
2. 위계질서에 순응하는 선량한 ‘하위계층’
3. 섹슈얼리티를 전략으로 하는 ‘하위주체’
4. 나가며: 도시 속 가정을 둘러싼 은폐와 폭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