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다수의 흑백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오늘날 흑백 영화 제작은 시간성의 관점에서 정당화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흑백 화면은 가까이 있는 시간(지금)을 멀리 떨어진 시간(과거/미래/초시간성)과 효과적으로 대비시켜준다. 필자는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이 하나의 공식처럼 되풀이되고 있는탓에, 흑백 영화라는 독특한 표현 양식에 내재된 또 다른 가능성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본고는 흑백 영화가 시간의 멀고 가까움 뿐만 아니라, 시간의 길고 짧음(다양한 시간 단위)을 표현하는일에도 이점을 갖는 매체라고 주장한다. 특히, 흑백 화면은 특정한 시간 척도에 대해 특별히 뛰어난표현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유형의 시간 척도를 웬만큼 시각화하는데 적합성을 보인다는 것이본고의 핵심이다. 이러한 가설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페르낭 브로델의 시간론을 원용하여 잡다한 시간 척도들을 세 가지로 도식화 했다. 본고가 제시하는 이론적 가설이 영화적 실천에 대해 가질수 있는 타당성을 <자산어보>(이준익, 2021)에서 일부 확인했다. 상이한 유형의 시간성을 한 편의영화 안에서 통합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이 흑백 화면에 잠재되어 있다는 것이 본고의 결론이다.
An important number of black-and-white films are made each year. Filmmakers tend to justify such practice based on the notion of temporality. Black-and-white images are indeed effective mediums in terms of visualizing temporal distance (past, future, timelessness etc.), as opposed to temporal nearness (now). This paper is an attempt to move away from such a reductionist view, by focussing on another type of temporality. I will argue that black-and-white films are powerful visualizers of various time scales, or temporalités. It is important to note that the strong expressivity of black-and-white images is not restricted to its relationship with one particular time scale, but concerns all time scales. To make this point, I will rely on Braudelian time concepts, i.e. longue durée, conjoncture, événement. The validity of this hypothesis will be examined by analyzing <The Book of Fish>(Lee Joon Ik, 2021). I will conclude that black-and-white films have the potential to visualize multiple temporalities within one single film, in a non-reductionist manner, rather than a reductionist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