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타령>과 <치산가>는 신재효가 기왕의 <흥보가>와 『초당문답가』(<치산편>)를각각 개작한 텍스트로, 19세기 중후반 향촌의 사회·경제적 변화상을 특수한 위치에서접한 그의 의식이 다분하게 개입되어 있으리라 추정해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본고는이러한 <박타령>과 <치산가>에 나타나는 신재효의 현실인식의 면모를 섬세하게 드러내기 위해 두 텍스트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담화 직조 양상에 주목해보았다. 저본과 비교해볼 때, <박타령>과 <치산가>의 담화에는 공히 단일한 화두와 일관된관점이 아닌, 복수의 논점 및 시각들이 한데 혼입되어 있음이 특징적이다. 우선 <박타령>의 경우, 서술자 발화를 보면 그 비판적 시선이 놀부뿐만 아니라 흥부에게도 개재되어있으며, 이때 두 인물에 대해 비판이 가해지는 지점이 각기 다름을 알 수 있다. 서술자는흥부를 통해 ‘경제적 무능과 무기력’을 냉소하는 한편, 놀부를 통해 ‘무도한 탐욕’을통렬히 비꼬고 있다. 그리고 이는 <박타령>에서 현실 논리와 윤리 이념을 강조하는인물발화가 서로 혼재되어 나타나는 현상과도 관련된다. 한편 <치산가>의 경우, 화제나논점이 일관되지 않고 이리저리 넘나드는 담화 양상이 두드러지는데, 그 주요 논점은크게 ‘치산’과 ‘윤리’의 문제로 대별된다. 더불어 이 두 논점이 교차 제시됨으로써 <치산가>에서는 부의 축적과 공동체 윤리를 함께 지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박타령>과 <치산가>에 나타나는 복수의 관점들은 당대 사회현실과 신재효의경제적·계층적 위치, 그리고 그의 특수한 개인적 상황 및 이력과 결부시켜 그 의식의연원을 탐색해볼 수 있다. 19세기 중후반 향촌사회에서 요호부민이자 향리에 속했던특수한 정체성, 일반 향리가 아닌 가리(假吏)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나눔을 실천했던실제 행적들은 <박타령>과 <치산가>에 나타나는 실리적 가치와 당위적 가치 사이를오가는 현실인식을 초래한 주요한 동인이 되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박타령>과 <치산가>는 신재효의 복합적 현실인식이 낳은 다성적(polyphonic) 텍스트라고말할 수 있을 것이다.
This article examines recognition of reality in <Baktaryeong> and <Chisanga>written by Shin Jae-hyo, which were respectively adapted from passed-down<Heungboga> and <Chodangmundapga>. Considering that the main issues ofthe two adaptations focus on socio-economic changes in villages in 19th centuryChoseon society, Shin’s recognition of reality concerning these issues can befound through discourse analysis on these two works. In comparison with passed-down scripts, it is a noteworthy feature that<Baktaryeong> and <Chisanga> have multiple topics and perspectives. First, inthe light of the discourse in <Baktaryeong>, the narrator ironically criticizes notonly Nolbu but also Heungbu and the focus that the narrator criticizes on eachcharacter is different. In other words, Heungbu is underestimated for hisincompetence in economic aspect, whereas Nolbu is satirized severely for hisselfish greed in communal life. Also these phenomena accord closely withcharacters’ speakings which are mixed by logic of reality and ethical ideology. Second, in the case of <Chisanga>, it is found that different topics or concernsare mingled in its discourse. Namely, ‘management of property’ and ‘communityethics’ are alternately being emphasized in this text. These multiple and complex perspectives in <Baktaryeong> and <Chisanga>are intimately related with 19th century Choseon’s social environment, Shin’ssocio-economic positions, and his specific personal situations, etc. As a richcommoner, a Kari, and a generous contributor, it is considered that he hadmulti-identities. In this sense, both <Baktaryeong> and <Chisanga> are polyphonictexts which are generated by Shin’s multiplex recognition of reality.
1. 서론
2. <박타령>과 <치산가>의 담화 직조 양상
3. 담화를 통해 본 신재효의 현실인식
4.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