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람 모비우스는 동아시아 구석기 연구자들에게 가장 많이 인용되고 또 그만큼 논란이 많은 학자이다. 그동안 제기되었던 모비우스 학설에 대한 비판들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도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있으므로 ‘모비우스 라인’은 타당하지 않다는 식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닮아야 진정한 아슐리안 주먹도끼인가’라는 물음에 명쾌하게 답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는 ‘형태적 유사성’을 통해 모비우스 학설의 타당성을 검토하기보다는, 모비우스 학설의 지적 토대가 되는 핵심 이론들의 계보를 역추적하여, 모비우스 학설이 현재 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근대 서구 학계의 ‘낡은 지적 유산’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규명함으로써,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모비우스 학설을 비판해 보고자 했다. 분석 결과 모비우스가 주로 의존했던 이론들, 즉 생물변이설, 정향진화론, 프레사피엔스론, 알프스 빙하연대론 등은 현재 관련 학계에서 이미 폐기된 상태이거나 아니면 논란이 많은 방법론이며, 따라서 이처럼 낡은 이론과 개념들에 토대를 둔 모비우스 모델은 현재 고고인류학계의 수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한편 모비우스의 동아시아지역에서의 유일한 야외조사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이론을 구축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던 버마 지역 조사은 층서학적으로 결정적인 오류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석기 판정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이 최근에 밝혀졌다. 따라서 이처럼 불확실한 자료에 바탕으로 구축된 모비우스 모델은 그 토대 자체가 매우 취약하다. 마지막으로 모비우스는 구대륙의 석기문화를 ‘아슐리안문화권’과 ‘찍개문화권’으로 양분하였지만, 양면가공기술은 구대륙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 아프리카, 유럽 등 특정 지역에서만 출현했던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의 범주화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게다가 모비우스는 아프리카의 주먹도끼와 유럽의 주먹도끼를 형태를 기준으로 하나로 묶었지만, 최근 연구들에서 아프리카와 유럽의 주먹도끼들이 서로 다른 기술적 메커니즘에서 제작된 석기라는 점이 밝혀졌으므로, 이러한 석기들을 ‘아슐리안’이라고 하나로 묶으기 어렵다. 나아가 1970년대 후반 전곡리유적의 발견 이후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지역에서도 주먹도끼가 출토되는 유적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모비우스가 그어놓은 문화적 경계선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 ‘양면석기(bifaces)’라는 형태적 단일성 안에 너무나도 큰 기술적 다양성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모비우스 라인’은 그 실체도 없을 뿐더러,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구석기문화는 물론, 유럽과 아프리카의 구석기문화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그러므로 모비우스 라인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으며 동아시아 구석기문화 연구는 새로운 방법론을 대안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Hallam Movius is the most cited and controversial scholar among East Asian Paleolithic researchers. Criticisms of the Movius theory that have been raised so far have often been developed in such a way that the ‘Movius line’ is not valid because there are ‘Acheulean (type) handaxes’ in East Asia and Southeast Asia. However, it is not so easy to clearly answer the question, ‘To what extent does it resemble a true Acheulean hand axe?’ Therefore, rather than examining the validity of the Movius theory through ‘formal similarity’, this study attempted to criticize the Movius theory at a more fundamental level by retracing the genealogy of the core theories that form the intellectual foundation of the Movius theory. The analysis revealed that the Movius theory is based on the ‘old intellectual legacy’ of modern Western academia that is no longer accepted by current academic circles. Theories that Movius relied on, such as Transformisme, Orthogenesis, Presapien theory, and Alpine glacial chronology, have now been discarded in the natural science and archaeology communities, and the culture-historical archaeology is also a controversial methodology in terms of its validity. In other words, considering the current level of academia, the intellectual foundation theories of the Movius doctrine are anachronistic. Therefore, the Movius model, which logically stands against old theories and concepts that no longer have a future, cannot help but be evaluated as anachronistic. Recent research has revealed that Movius’ survey of the Burma region had several critical stratigraphic errors and that there were also problems with stone tool determination. The basis of the Movius line is uncertain in that Movius built his theory based on uncertain data. Bifacial processing technology is a phenomenon that appears universally in the Old Continent, and is not a special phenomenon that appears only in certain regions such as Africa and Europe. However, we cannot lump them all together and name them ‘Acheulean’. This is because so much technological diversity is hidden within the morphological unity of ‘bifaces.’ From that perspective, the ‘Movius Line’ not only has no substance, but also fails to properly explain the Paleolithic culture of East Asia and Southeast Asia, as well as the Paleolithic culture of Europe and Africa. Therefore, the insubstantial Movius line should be discarded.
Ⅰ. 머리말
Ⅱ. 완전화 경향으로서의 도구발달론과 이원론적 석기문화론의 탄생
Ⅲ. 이원론적 석기문화론의 동아시아에서의 수용과 변용
Ⅳ. 모비우스 이후 모비우스 라인
Ⅴ.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