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국제안보환경을 변화시켰다. ‘아랍의 봄’, 리비아 사태,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 등은 과연 오바마 행정부가 각기 독특한 특성을 가진 사안들에 대해 잘 적응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를 시험하였다. 새로운 사건들이 터진 이후에도 미국은 여전히 아프간에서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게이츠 국방장관은 4개년 국방검토보고서(QDR), 2010년 및 2011년 회계연도 예산 등을 통해 국방비 감축 추세를 전제로 한 미국의 핵심 안보 우선순위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결론은 기존의 동맹을 유지하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창출해 나가는 것이 미국 안보전략의 핵심적 요소라는 것이다. 동북아 지역은 미국에게 역내 국가들과 부담을 공유하고, 파트너십 역량을 강화하며, 지역적 억제구도를 강화한다는 목표와 함께 이를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기대했던 아시아는 현재의 아시아와는 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북아에 대한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취임했다. 첫째, 미일동맹의 안정적 지속, 둘째, 부시 행정부가 정의한 ‘책임 있는 이해상관자(responsible stakeholder)’로서의 중국에 대한 ‘깊숙한 관여’(deep engagement), 셋째, 북한과의 고위급 양자 접촉 또는 대화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예상치 못한 도전을 만났다. 일본의 하토야마 내각은 미국과 거리를 두려했고, 중국에 대한 관여도 기대만큼 충분치 않았으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노력도 상당부분 실패하였다. 미일동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중국에 대해 깊숙이 관여하는 전략은 미중일 삼각관계에서 미국을 가장 강력한 위치에 두기 위함이었다. 미국의 대 일본, 중국, 북한 관계가 실망스러웠던 반면, 한미동맹관계는 기대를 넘어 큰 발전을 이룩했다. 한미양국 모두 이러한 현상을 잘 활용하고 있다. 2010년 6월 토론토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가진 후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한미양국의 안보뿐만 아니라 태평양 지역 전체 안보를 위한 핵심(linchpin)이다”라고 말했다. ‘핵심(linchpin)’이라는 말은 역사적으로 미국이 미일동맹을 지칭할 때 쓰였고, 특히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일본에서 시작해 일본으로 끝난다는 의미를 함축한 용어였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상호신뢰와 이해 그리고 성격적 궁합이 잘 맞아 한미동맹이 미국의 아시아 전략의 주요 요소로 격상된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역동적인 한미동맹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되, 양국 동맹관계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는 갑작스런 여론 악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민감한 이슈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관리함으로써 부정적 기류가 비등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안보, 경제, 군사문제에 대해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한반도 안보에 관해 미국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을 유지해 왔고, 한국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남북대화가 개최된 이후에만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최근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의 방북, 대북 인권특사 방북,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문제, 북한의 남북비밀접촉 폭로 등은 한미 간 정책 공조에 도전을 제기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무역문제에 있어서 긴밀한 유대를 과시한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역문제에 관해 논쟁을 야기하지 않기로 하고 취임했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비준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에게 큰 업적으로 남게 될 것이다. 무역문제를 건드리는 것을 꺼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스스로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겠지만, 한미자유무역협정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한미양측 모두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오바마와 이 대통령 간의 유대감은 군사정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2009년 두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더불어 이 대통령은 350명의 지방재건팀을 아프간에 추가 지원하였고, 2010년 G20 정상회담을 개최하였으며, 2012년 핵안보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더욱이 기후변화와 같은 범세계적 이슈에 관한 한미 간의 공조는 한미관계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보다 많은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미국은 핵심 동맹국들과의 전략적 유대를 강화해 나감과 동시에 국방비 지출을 점차 줄여나가려 하고 있다. 일본과의 동맹관계가 특별히 강화되지 않고 중국에 대한 관여정책도 눈에 띌만한 성과가 없는 상황이므로 당분간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핵심(linchpin)’적 역할을 축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지역정세의 발전으로 인해 한국의 전략적 지위가 올라갔듯이 한국이나 미국 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한국의 핵심적 위치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양국 모두 부정적 기류가 점화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면서 한반도 안보, 교역, 군사적 공조 등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면 한미양국은 물론 동북아 지역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Ⅰ. Introduction
Ⅱ. South Korea as an Accidental Linchpin
Ⅲ. U.S.-Japan Relations
Ⅳ. The Two Koreas and the United States
Ⅴ. Conclu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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