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80년대에 전개된 지방문화운동과 장정일 간의 영향 관계를 살피고, 장정일이 그런 과정에서 획득한 경험적 자원을 바탕으로 중심의 논리를 비판하기 위해 문학 작품에서 지역을 어떻게 의미화하고 있는지를 논의하였다. 장정일은 대구의 시동인 ‘국시’ 활동을 통해 문학의 서술 주체로 변모할 수 있는 상징자본을 획득하고 『언어의 세계』에 시를 발표하여 시인이 되었다. 장정일이 활동했던 두 문학잡지는 참여와 순수로 갈라진 당대 문단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문학의 본질을 회복한다는 대의를 표방했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장정일의 행보는 일관적이다. 장정일도 순수와 참여라는 이항 대립을 거부하고 문단의 헤게모니 투쟁에 수렴되지 않는 지역문화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바로 김춘수로 대표되는 대구 시단이다. 장정일은 ‘제작’과 ‘서술’을 창작의 근간으로 삼는 대구 시단의 경향을 이어받아 순수와 참여의 이항 대립, 억압적 권력과 참여가 표방하는 민중주의 간의 권력 투쟁의 역학으로 침잠되지 않고, 문학에 내재된 이데올로기적 정치성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이런 비판의 거점으로 의미화되는 것이 지역이다. 강정과 길안, 대구는 소외, 타락, 저항 등 그 의미가 다양하게 변주되는 핵심어들이다. 장정일은 지역을 중앙에 대한 비판의 거점으로 삼아 중앙 권력의 작동 방식과 그 실체를 고발한다. 이와 더불어 중심의 주변화 전략에 의해 중심을 모방하는 주변의 타락도 고려하였다. 이런 사유 방식은 지속된다. 장정일의 시에서 길안은 타락한 도시와는 다르게 진리를 드러내는 공간으로 현현된다. 장정일은 도시의 타성에 젖어 길안을 도시의 보완물로 간주하는 자들을 추방하거나, 길안의 추악이 금기의 규범과 억압을 공고히 하는 지배적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유의 거점으로 기능하도록 의미화한다. 도시가 중앙의 메커니즘이 집적된 공간이라면, 길안과 같은 지역은 장소에 대한 경험 및 친밀감, 중앙에 맞서 자신의 문학적 글쓰기를 수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작동한다. 이처럼 장정일에게 지역은 지배적인 사유체계와 언어 질서를 전복하고, 일시적으로나마 유토피아를 환기하고 구현하기 위해 상상력이 투사되는 공간이며, 사회 내부의 주변성을 상징한다.
This article examines the influence relationship between the local cultural movement and Jang Jeong-il that developed in the 1980s when Jang Jeong-il appeared, and discusses how the region is signified in literary works to criticize the central logic based on the empirical resources acquired in the process. Through the activity of 'Guk-Si', a poet in Daegu, Jang Jeong-il became a poet by acquiring symbolic capital that can be transformed into a narrative subject of literature and publishing a poem in the ‘World of Language’. The two literary magazines in which Jang Jeong-il worked advocated the cause of renewing the atmosphere of the contemporary literary world, which was divided into participation and purity, and restoring the essence of literature. Considering this context, Jang's actions are consistent. Jang Jeong-il also rejects the binary confrontation of purity and participation and pays attention to the possibility of a local culture that does not converge in the hegemony struggle of the paragraph. It is the Daegu literary world represented by Kim Chun-soo. Following the tendency of the Daegu City Troupe to use 'production' and 'narrative' as the basis of its creation, Jang Jeong-il strongly criticizes the ideological politics inherent in literature without being infiltrated by the dynamics of the binary confrontation between purity and participation, and the power struggle between repressive power and populism advocated by participation. The region is signified as a base for such criticism. Gangjeong, Gilan, and Daegu are keywords whose meanings are variously changed, such as alienation, corruption, and resistance. Jang Jeong-il uses the region as a base for criticism of the center and accuses the way the central power works and its substance. In addition, the depravity of the surrounding area imitating the center was also considered by the central marginalization strategy. This way of thinking persists. In Jang Jeong-il's poem, unlike the fallen city, the Gilan is manifested as a space that reveals the truth. Jang Jeong-il is soaked in the inertia of the city and means that those who regard Gilan as a complement to the city are expelled, or that the ugliness of Gilan functions as a base of thinking that raises questions about the dominant order that solidifies the norms and oppression of taboos. If a city is a space where central mechanisms are integrated, an area such as Gilan acts as a space where you can perform your own literary writing against the center, experiences and intimacy with the place. In this way, for Jang Jeong-il, the region is a space where imagination is projected to overthrow the dominant thinking system and language order and temporarily evoke and realize utopia, and symbolizes the periphery of society inside.
1. 들어가며: 장정일과 80년대적인 것
2. 지방문화운동과 ‘국시’ 동인
3. 순수와 참여의 역학과 지역
4. 중앙과 분열된 욕망으로 점철된 주변
5. 창작의 거점, 길안
6. 글을 마무리하며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