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생기」의 서장에는 ‘나’ 이외에, 이미 사망한 역사적 인물로 추정되는 2인이 등장한다. 하나는 ‘희대의 군인 모’이고 또 하나는 톨스토이로 보이는 ‘레우오치카’란 인물이다. 그간의 「종생기」와 관련된 연구들에서는 이 두 인물을 묘사한 문장들의 의미가 무엇인지, 또 이 인물들이 어떻게 작품의 다른 내용들과 연결되는지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군인 모’를 포함하여 작품 속에 심어진 암호들의 의미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논문은 「종생기」 서장의 글을 문장 단위로 분석하는 미시적 연구를 통해, 그간 미해결된 암호들과 틈새들을 작품의 시대적 역사적 배경과 연관 짓고 학제적인 시각으로 판독함으로써 새로운 대안적 해석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 대표적인 결과로, 이 논문은 ‘군인 모’가 3.1운동을 무력 진압한 제2대 조선총독 하세가와 요시미치(長谷川好道)이고 ‘레우오치카(애칭 톨스토이)’가 3대와 5대 총독을 역임한 사이토 마코토(齋藤實)임을 규명했으며, 그럼으로써 이상이 「종생기」 서장을 통해 ‘하세가와’와 ‘사이토’를 함께 ‘우매한 성인’이라고 희화화하고, ‘나’와 함께 그들도 ‘쓰레기’나 ‘우거지’로 조롱하고 모욕하며 질책했음을 밝혀냈다. 더 나아가 작가는 이 같은 쓰레기나 우거지를 본문의 곳곳에 은밀하게 뿌려놓겠다는 의도를 서장의 끝에서 암시하고 있는데, 이는 「종생기」가 등장인물들의 개인적이거나 심리적인 관계를 넘어서서 조선총독을 내면화한 사회적, 정치적 읽기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작가가 「종생기」를 통해 일본인 조선총독을 작품 속에서 간접적으로 은유적으로 묘사한 글쓰기는 일제 강점기에 검열관들의 적발을 피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으로는 ‘일제 황실과 조선총독에 대한 반역죄’를 피하기 위한 전략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This study aims to reinterpret Jongsaenggi by focusing on the cryptic symbols and strategic gaps in the 24 sentences that comprise its introduction. While previous research has overlooked the significance of the descriptions of two historical figures ―the legendary soldier Mo and Leuochika, a character reminiscent of Tolstoy― this research examines their roles and connections within the broader social and historical contexts. Our findings reveal that Mo is represented as Hasegawa Yoshimichi, the second Governor-General of Joseon, who violently suppressed the March 1st Movement in 1919, and Leuochika as Saito Makoto, who served as both the third and fifth Governor-General of Joseon. Through Jongsaenggi, the author uses strategic writing to depict Hasegawa and Saito as “foolish sages,” subjecting them to ridicule and condemnation alongside the protagonist. The author also intersperses derogatory terms such as “trash” and “outer leaves” throughout the text, suggesting that Jongsaenggi should be interpreted as a broader social and political commentary, extending beyond the personal or psychological interactions among its characters. Moreover, this study underscores the author’s strategic inclusion of figures such as the Japanese Governor-General in the narrative, a critical aspect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This technique required increased scrutiny from censorship authorities to avert any potential insults to the Japanese royal family or the Governor-General. Thus, the analysis of Jongsaenggi’s introductory section offers a theoretical contribution by providing an alternative interpretation of the text’s cryptic symbols and strategic writing techniques.
1. 서론: 연구목적과 방법
2. 본론1: 작가의 첫 메시지, ‘극유산호-’와 ‘극’의 이해
3. 본론2: 작가의 집필 목표, 방법, 기대효과
4. 본론3: 두 인물의 임종과 유언
5. 본론4: ‘나’의 심리 상태와 부부 관계
6. 본론5: 본문 서사에 뿌려지는 쓰레기와 우거지
7.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