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시 「작품 제3번」은 이상 사후에 ‘유고 노트’에서 발굴된 것이다. 이상 문학 연구사의 축적에도 불구하고, 이 텍스트는 소위 ‘황(獚)’ 계열시의 일부로 간주되면서 그것과의 연관 속에서 간략하게 언급되어 왔다. 이에 본고는 「작품 제3번」의 상호텍스트성을 검토하면서 이상의 실제 삶과의 연관성 속에서 텍스트의 의미를 재구해 보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작품 제3번」이 금홍 이후, 즉 연애의 실패와 다방 사업의 파산, 신당리 빈민촌에서의 생활이라는 이상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비롯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는 세계를 일종의 폐허로 경험하면서, 자신의 글쓰기를 통해서나마 봄을 희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한 요청 속에서 그는 식목(植木)의 상상력을 통해 고정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거부하고, 존재하는 모든 사건들에 생명의 가능성과 희망을 부여한다. 그리고 자신의 문학까지도 흙 속에 식자(植字)해 놓았다고 썼다. 그가 예감하고 있는 도래할 미래는 현재의 폐허 속에서 그가 심은 모든 희망이 현실태로 드러나게 될 일종의 낙원과 같은 것이었다. 이상 문학에서 거의 보기 드문 강렬한 희망을 담고 있는 「작품 제3번」의 자수처럼 아름다운 ‘수염 이미지’는 그가 절망 속에서 요청하지 않을 수 없었던 강렬한 희망을 상징하고 있다. 이처럼 이상은 「작품 제3번」의 식목의 상상력과 수염 이미지를 통해서 폐허의 봄을 완연한 희망의 세계로 바꾸어 놓고 있었다.
The poem “Work No. 3” was discovered posthumously in a collection of Yi Sang's works. Despite extensive literary research, this text has been primarily regarded as part of the so-called “Hwang” series of poems and briefly mentioned in that context. This study examines the intertextuality of “Work No. 3” and attempts to reconstruct its meaning concerning Yi Sang's life. It confirms that “Work No. 3” originated from Yi Sang's personal experiences, such as his failed love affair with Geumhong, the bankruptcy of his teahouse business, and his life in the slums of Sindang-ri. Despite experiencing the world as a ruin, he hopes for spring through his writings. He rejects the fixed past, present, and future through the imaginative act of “planting trees,” offering the possibility and hope to all existing events. Yi Sang wrote that his work had been planted in the soil. His envisioned future was a paradise where all the hopes planted in the ruined present would be revealed as reality. The beautiful “bearded image” in “Work No. 3,” which contains a strong hope rarely seen in Yi Sang's literature, represents an extreme expression of the life images that Yi Sang consistently explored in his writings.
1. 들어가며
2. 금홍 이후―폐허의 봄, 불모(不毛)의 신체
3. 식목(植木)의 상상력과 수염 이미지
4. 나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