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조선에서 발표된 「천명도」들은 유학의 전통적 개념인 “천명”을 중심으로 세계와 인간 그리고 만물 간 관계에 대한 이해를 도상화한다. 추만, 하서, 퇴계의 「천명도」는 모두 『중용장구』에 대한 충실한 독해 위에서 천인 관계에 관한 각기 구별되는 이해를 드러낸다. 16세기 조선의 「천명도」들은 『중용장구』에 대한 각각의 착안점을 통해 ‘천과 인간의 일치’, 천과 인간의 관계 속 ‘인간의 의미’ 그리고 그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도덕의 위상’을 이야기한다. 추만 「천명도」는 하늘이 낳은 존재이자 하늘을 닮은 존재로 인간과 만물을 그려낸다. 『중용장구』 비은장에는 이 세계의 다양한 존재들뿐만 아니라 성왕의 제도와 문화 그리고 평범한 인륜 속 생을 살아온 모든 존재의 삶으로 이어진 이곳의 인문과 역사까지, 모두 그 자체로 천도의 작용과 동일한 가치를 담지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이러한 시선 위에서 추만 「천명도」는 자연, 인문, 역사가 갖는 의미를 해석해 낼 수 있는 천인일체적 세계 이해를 제시한다. 하서 「천명도」는 이 세계와 만물을 하늘이 낳은, 또 하늘을 닮은 생명으로서, 그리고 그것으로 충만한 공간으로 이곳을 바라보는 추만 「천명도」의 이해를 공유하면서도, 『중용』의 ‘중화’ 개념을 더욱 적극적으로 가져와 인간의 심을 구성한다. 이를 통해 하서 「천명도」는 인간을 천도 실현의 주체, 즉 천도에 참여하고 그것의 실현에 기여하는 위상을 가진 존재로 그려낸다. 퇴계 「천명도」는 추만 「천명도」에 도상화된 천명의 위치와 의미를 수정하여 천과 인간, 만물의 관계를 해석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리의 위상과 의미를 보인다. 퇴계는 ‘리기묘응’으로 천명을 설명함으로써 인간의 본질을 천명으로 규정하고, 천명과 함께 사덕과 사단을 도상화함으로써 리 자체의 전개와 구현을 드러내는 그림으로 「천명도」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퇴계 「천명도」에서 인간의 도덕적 행위는 인간이 리의 전개를 따른다는 차원에서 해명된다. 퇴계 「천명도」의 천명으로의 주목은 도덕이 갖는 위상을 리의 자기 정합적 전개와 도심의 명령 그리고 인간의 도덕 구현의 근거로 해석한 것이다. 『중용』에 대한 주자학적 이해에 충실하면서도 각기 다른 착안점을 통해 각각의 주제와 의미를 도상화한 16세기 조선의 세 「천명도」는 『중용』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하늘과 인간 그리고 도덕에 관한 해석적 지평을 보여준다.
Several “diagrams of the heavenly mandate(「天命圖」)” published in the 16th century Joseon focused on the traditional Confucian notion of the ‘heavenly mandate(天命)’ to illustrate an understanding of the world, human beings, and the relationship between all things. The “diagram of the heavenly mandate” of Chuman Jeong Jiun(1509~1561), Haseo Kim Inhu(1510~1560) and Teogye Yi Hwang(1501~1570) exhibit distinct understandings of the relationship between heaven(天) and humans(人) on the basis of a faithful reading of Zhu Xi(1130~1200)’s commentary on the Doctrine of the Mean(『中庸章句』). Through their different readings of Zhu Xi's commentary on the Doctrine of the Mean, the various “diagrams of the heavenly mandate” of Joseon in the 16th century illustrate the ‘unity of heaven and humans’, the ‘meaning of humanity’ in the relationship between heaven and humans, and the ‘status of morality’ that can be derived from it. The 16th century Joseon “Diagrams of the Heavenly Mandate” follows Zhuxi’s understanding of the Doctrine of the Mean but illustrates its themes and meanings from a different perspective. These three “Diagrams of the Heavenly Mandate” depict the interpretive horizons of the Doctrine of the Mean in relation to heaven, humans, and morality.
1. 들어가는 말
2. 추만 「천명도」: 하늘을 닮은 인간과 만물
3. 하서 「천명도」: 천지의 화육을 이뤄내는 존재로서의 인간
4. 퇴계 「천명도」: 명령하는 천과 도덕적 인간
5. 나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