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朱子學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조선에서 주자학은 학문의 잣대이자 목적지였다. 학술사상의 영역에서 조선이 주자학의 나라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朱熹의 글과 관련된 문헌들이다. 특히 지속적으로 편찬된 朱熹글의 選集들과 120여 종에 달하는 註釋書들이야말로 조선 주자학의 특징이자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본고는 이들 선집 및 주석서들을 개관하고 『朱子書節要』에서 『朱子大全箚疑輯補』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그 학술사적 의의를 조명하였다. 본고에서 주목하는 것은, 조선에서 재편된 朱熹의 문헌들이 단순한 전파와 수용의 부산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가한 학문적 성과였다는 점이다. 특히 『朱子大全』 전체에 대한 주석이 제출되고 종합되었다는 점에서, 이는 조선을 넘어서 동아시아의 주자학이 도달한 한지점에 대한 탐색이기도 하다. 1543년 『朱子大全』이 조선에서 처음으로 발간되었고, 1556년 李滉(1501-1570)은 그 가운데 편지글을 선록하여 『朱子書節要』를 완성하였다. 李滉이후로 조선의 학자들이 『四書集註』를 비롯한 주석서들과 『近思錄』, 『心經』 등의 편집된 性理書를 넘어서서 朱熹의 글을 직접 읽기 시작했으며, 그 가장 널리 읽힌 텍스트는 『朱子書節要』였다. 이 책은 선집이지만 단순한 요약 발췌가 아니라 특정한 관점에 의한 선택과 배제를 수반하는 작업이었고, 엄밀한 텍스트비평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들의 타당성 여부가 훗날 학자들 사이에 학술 토론의 주제가 되기도 하였다. 선록과 함께 주석 작업도 점차 진행되었는데, 『朱子書節要』의 頭註 및 李滉과 제자들의 문답을 정리한 『朱子書節要講錄』 등이 그 출발이다. 經書에 대한 주석으로서 朱熹를 읽는 것과, 朱熹의 글 자체에 주석을 다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이제 朱熹의 글은 경서와 별개로, 심지어 경서와 대등하게 읽어야 할 텍스트의 지위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흐름의 연장선에, 『朱子大全』 전체에 주석을 단 『朱子大全箚疑』가 놓인다. 이 책은 宋時烈(1607-1689)을 중심으로 한 老論계열학자들의 공동 작업에 의해서 1686년 1차 완성되었고 1716년에 간행되었다. 『朱子書節要』가 朱熹를 주석서가 아닌 텍스트로 읽게 하였다면, 『朱子大全箚疑』는 朱熹를 학문의 근거이자 목적으로 삼게 하였다. 朱熹를 통해서 경서를 읽고 그것으로 세계를 해석하던 시대를 넘어서, 朱熹를 이해하기 위해 朱熹를 읽고 朱熹의 눈으로 세계를 해석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 이후 『朱子書節要』를 이어서 『朱子書節要講錄刊補』, 『朱子書節要集解』 등이 편찬되었고, 『朱子大全箚疑』를 이어서 『朱子大全箚疑問目』, 『朱子言論同異攷』, 『朱子大全箚疑節補』, 『朱子大全箚疑翼增』, 『朱子大全箚疑補』, 『朱子大全箚疑後語』, 『朱子大全箚疑問目標補』 등이 편찬되었다. 이상의 성과들을 비롯해서 주요 학자들의 개인 문집 일부까지 망라한 결실이 바로 『朱子大全箚疑輯補』다. 이 책은 李恒老(1792-1868)가 편집하였고 그의 아들 李埈(1812-1853)에 의해서 1850년에 완성되었다. 『朱子大全箚疑輯補』 자체는 기존의 주석들을 집결하여 배치함으로써 朱熹의 저작을 읽는 데 유용하도록 만든 참조자료다. 그러나 거기에 동원된 23종의 저작들은 각각 연찬과 토론의 결과물들이며, 여타의 저작에 대한 상호 반론들을 담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은 李滉이래 300년 간 조선의 주자학이 이른 성과들을 망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작업이 지니는 의미가 朱熹글의 정확한 진의에 접근해서 朱熹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데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비록 그것이 철저하게 ‘朱子로 학문하기’였다 하더라도, 텍스트비평, 논리학, 변증학 등 해석과 논변의 방법에 해당하는 영역으로부터 인문사회과학은 물론 자연과학까지 학문의 전 분야에 걸친 학술적 역량이 집적된 결과로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생각해 보면 전근대 동아시아 학술의 역사는 경서 해석의 역사였다. 이 ‘經書로 학문하기’가 시대마다 새롭게 시도된 재해석을 통해서 세계를 다시 읽고 다르게 기획하는 것이었다면, 주자학의 나라 조선이 걸어간 ‘朱子로 학문하기’ 역시 그 자체로 중요한 학술 행위였던 셈이다. 『朱子書節要』에서 『朱子大全箚疑』로, 그리고 『朱子大全箚疑輯補』로 이어진 선집과 주석들이야말로 조선의 학문을 보여 주는 저술들이다. 그 번잡하고 지리해 보이는 작업들 하나하나에 집적된 조선의 지적 자산을 면밀히 음미하고 조명할 필요가 있다.
一. 조선의 朱熹選集및 註釋書 간행
二. 『朱子書節要』, 조선 주자학의 新紀元
三. 選集그 以上의 選集, 『朱子書節要』
四. 최초의 『朱子大全』 주석서, 『朱子大全箚疑』
五. 『朱子大全箚疑』에서 『朱子大全箚疑輯補』로
六. 조선 주자학의 結實, 『朱子大全箚疑輯補』
七. 朱子로 學問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