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기에 활동한 승려 심지는 진표로부터 전해진 불골간자를 계승한 후 대구 팔공산에 동화사를 창건한 인물이다. 심지는 왕자 신분이었으나 출가하여 반신라적 특징을 지녔다고 분석되는 진표의 사상과 밀접한 관련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를 고려한 선행연구에서는 주로 심지의 활동과 사상을 정치적 관점에서 다루었다. 본 논문에서는 정치적 관점보다는 심지를 중심으로 한 사상적 측면과 그의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이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문제를 다루었다. 첫째, 심지가 진표의 사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불골간자를 계승한 목적 또는 의도를 당시 시대적 맥락에서 이해하였다. 기존에는 지방에서 확산되고 있는 진표의 미륵사상을 통제 또는 수용하기 위한 시도였을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다. 반면에 이 글에서는 8세기 후반에서 9세기 전반에 왕실의 일원으로서 심지가 경험했던 왕위 다툼과 다수의 반란, 그리고 지방에서 심화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모순에 주목하였다. 심지는 실천적이며, 구세적 성격을 지닌 진표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진표의 계승자인 영심의 법회에 참석하였다. 이 과정에서 심지는 진표와 유사한 수행을 하여 지장을 친견하고, 미륵의 수계를 상징하는 불골간자를 계승하였다. 둘째, 동화사 창건과 불사 활동에 대해 다루었다. 먼저, 심지가 간자를 계승한 후 팔공산에 돌아와 동화사를 창건하는 과정에 주목하였다. 이것은 전통적인 국가 제장이자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 팔공산을 불교 신앙의 중심지로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였다. 이 과정에서 심지의 행적은 진표의 사상과 연결되는 용신앙과 미륵신앙, 그리고 간자와의 인연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다음으로, 동화사를 창건한 이후 민애왕 석탑 조성에 참여한 행적에 주목하였다. 기존에는 민애왕과 같은 인겸계 출신인 심지를 통한 경문왕의 정치적 목적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심지와 진표 사상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민애왕의 시해와 관련한 장소인 대구 방면 전투를 새롭게 조명하였다. 특히 탑 조성을 통해 반란에서 희생된 민애왕과 망자들을 위로하여 정치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고자 했던 불교적 맥락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심지는 소백산맥 이북 지역에서 확산되었던 진표 사상을 왕경 인근의 중요한 장소인 팔공산으로 퍼뜨리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심지의 행적과 동화사의 불사에서 불골간자 외에 진표와 관련된 사상이나 실천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다양한 사상적 특징이 엿보인다. 이는 동화사의 지리적 위치와 왕실・지역 유력자의 후원을 토대로 한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심지가 진표의 사상을 수용하여 현실의 여러 문제를 해소하고자 했던 의도와는 달리 심지는 불골간자를 계승한 역할로, 동화사는 불골간자를 보관하는 장소로 전승되었다.
In the 9th century, the Silla monk Simji, after inheriting the Maitreya’s Relic Ganzha from Jinpyo, founded Donghwasa on Mt. Palgongsan in Daegu. Simji, originally a prince who renounced his royal status, exhibited a distinctive association with Jinpyo’s teachings. Previous studies, considering this, primarily examined Simji’s activities and philosophical aspects from a political perspective. This paper specifically investigates Simji’s philosophical aspects and his actions. This study addresses two main issues. Firstly, it explores Simji’s interest in Jinpyo’s teachings and his purpose or intent in inheriting the Maitreya’s Relic Ganzha within the contemporary context. In this regard, Simji actively embraced Jinpyo’s teachings with a practical and salvational approach, participating in Yeongsim’s assemblies as Jinpyo’s successor. Secondly, it examines the establishment of Donghwasa and subsequent Buddhist activities. It focuses on Simji’s return to Mt. Palgongsan after inheriting the Maitreya’s Relic Ganzha, where he ritually cast the Ganzha with mountain deities to establish Donghwasa. After founding Donghwasa, attention is drawn to Simji’s participation in the construction of King Min’s pagoda. This paper focuses on Simji’s association with Jinpyo’s teachings and highlights the battles in the Daegu region related to King Min’s demise. Thus, Simji played a crucial role in spreading Jinpyo’s teachings, which were prevalent in the Mt. Palgongsan, an important site near the royal capital. Unlike his intention to actively resolve societal issues through Jinpyo’s teachings, Simji’s role as the inheritor of the Maitreya’s Relic Ganzha led Donghwasa to become a repository of these teachings.
Ⅰ. 머리말
Ⅱ. 심지의 불골간자 계승과 의미
Ⅲ. 심지의 동화사 창건과 불사 활동
Ⅳ.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