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문열과 복거일의 역사소설을 통해 1980년대 국가의 이동성에 대한 규제가 어떻게 이동의 주체에게 통치성을 내면화시켰는지를 확인하고, 당대의 통치성과 문학의 관계를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본고는 1981년부터 1983년까지 연재된 이문열의 장편소설 『그 찬란한 여명』과 1987년 3월 간행된 복거일의 장편소설 『 비명을 찾아서』를 검토한다. 두 작품은 모두 1980년대라는 발표 당시의 시공간과 긴밀히 연결되며, 한반도의 국가 경계를 확장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 그 임계를 조정하는 상상을 서사화한다. 이러한 서사적 전략은 억압적인 정치체제가 본격적으로 해체되기 시작한 ‘1987년 체제’ 성립 이전에 이동의 문제를 예민하게 감각한 작가의 자의식과도 관련된다. 본고는 ‘이동성’이라는 개념을 경유하여 두 소설이 당시의 통치성과 어떻게 접속하는지를 고찰한다. 이문열의 『그 찬란한 여명』은 4세기 백제가 요서 지방을 경략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은 국경이 유연화되던 시기에 정작 작가 자신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자유로운 이동에 대한 열망을 대신 성취하는 동시에 1980년대 초반 문제시되었던 정부의 대일 우호 협력 기조와 반대로 국민국가의 경계를 일본으로 확장하는 욕망을 서사화한다. 그러나 소설에서 재현되는 영토 확장의 상상력은 내부의 통치 권력을 승인하고 이데올로기적 동질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작동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복거일의 『 비명을 찾아서』는 대체 역사 형식을 활용해 조선의 실체를 찾기 위한 주인공의 이동을 재현한다. 중국 상해나 일본으로의 여행은 이문열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1980년대 국민국가의 영토를 확장하려는 팽창적 열망을 반영한다. 그러나 소설이 재현하는 조선어/일본어 발화의 문제는 거시적 이동에 내재된 관념적 욕망이 현재를 살아가는 미시적 존재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복거일이 보여준 재현의 한계는 그가 가상공간을 매개로 연결하려 했던 1987년 현재에 대한 비판이 효과적으로 수행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더불어 이는 이동 자체가 항상 긍정적인 것으로 의미화되지는 않으며, 이동의 재현은 때때로 작가의 의도를 초과하거나 의도를 비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This article examines how two historical novels by Lee Mun-yeol and Bok Geo-il reflect the internalization of state power through restrictions on mobility in 1980s South Korea. It focuses on Lee’s The Splendid Dusk (1981-1983) and Bok’s In Search of a Epitaph (1987), both of which imagine expansions or contractions of Korea’s national borders in response to shifting political conditions. Drawing on the concept of mobility, the study analyzes how these works engage with contemporary mechanisms of governance. Lee’s novel reimagines Baekje’s territorial reach into Liaoxi, reflecting a desire for cross-border movement that was inaccessible to the author himself. However, this imagined expansion ultimately reinforces state power and ideological conformity. Bok’s alternate history novel traces the protagonist’s search for “Joseon” across China and Japan, mirroring expansionist aspirations. Yet the portrayal of language and marginal identities reveals limits in the narrative’s critique of state power, suggesting that literary representations of mobility can exceed or diverge from authorial intent.
1. 서론
2. 정치화된 신체와 내면화된 ‘통치모빌리티’
3. 망각과 확장의 경계: 통치성에 응전하는 국경 확장의 욕망
4. 이동성의 재현방식과 상상력의 임계
5.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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