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신화와 전설, 민담, 그리고 고소설에서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고, 그러한 서사구조를 지니고 있는 이야기들이 구술사회에서 어떤 사회문화적 의미를 가졌을까를 추론해보았다.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는 보상하고 처벌하는 행위를 애당초 가능하게 한 원초상황에서부터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보상하고 처벌하는 행위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을 총칭하는 상위의 거대 화소를 의미한다. 신화에서는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특히 무속신화가 그러하다. 그러나 문헌에 정착된 건국신화는 처벌의 서사가 위축되고 보상의 서사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것은 기록되는 과정에서 신화의 서사 관습상 처벌의 서사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보아 제거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설은 처벌의 서사가 상대적으로 강화되어 있고, 민담은 보상의 서사가 상대적으로 강화되어 있다. 그러나 고소설에서는 보상과 처벌의 서사가 신화에서처럼 잘 갖춰져 있다. 다만 신화와 달리 보상과 처벌의 서사적 짜임이 중층화를 지향하면서 그것이 정치사회적이고 가정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조직되어 있다. 이와 같이 신화에서부터 전설과 민담을 거쳐 고소설에 이르기까지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는 하나의 구술전통으로서 우리의 서사체들에 줄기차게 이어져왔다. 상벌의 서사구조를 지닌 이야기들은 글이 없고 체계적인 법적 제도가 없었던 구술사회에서 윤리교육의 기능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상과 처벌의 서사 구조를 가진 이야기들은 정형화된 형식으로 널리 인구에 회자되면서 사람들의 행동을 경계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기제로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 고소설의 대다수가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볼 때, 그 심층적인 원류는 구술전통에 있음이 확인된다. 고소설의 어법이나 통사구조뿐만이 아니라 서사구조의 측면에서도 구술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은 고소설이 비록 그 외양은 기술물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내적 자질은 구두 전승의 이야기 전통에 의존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1. 머리말
2.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
3.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의 구술문화적 의미
4.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