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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등재 학술저널

동아시아 홍수신화 비교 연구 : 신․자연․인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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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신화는 인류의 재창조를 이야기하는 창조신화이다. 그런데 인류는 재창조되기 위해 죽음이라는 문을 통과해야 한다. 홍수는 바로 이 문의 상징이다. 홍수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모든 것을 혼돈 혹은 원상태로 되돌리는 파괴적인 힘이다. 그러나 달리 말하면 그것은 자연이 스스로를 조절하는 능동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파괴와 조절의 상징인 홍수신화는 홍수의 원인을 통해 자연과 신,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홍수의 원인이 자연 안에 있을 때 홍수는 우연히 발생한 자연재해일 뿐이다. 거기에는 하등의 필연성이 없다. 홍수의 원인이 신 안에 있을 때도 사정은 유사하다. 홍수는 신들의 싸움이나 알 수 없는 신의 분노, 혹은 악한 신의 악행에서 발생하지만 이때 신은 외재적 신이 아니라 자연 안에 있는 내재적 신이다. 신원인형 홍수신화는 자연원인형 홍수신화의 신화적 변형이다. 인간원인형 홍수신화는 홍수의 원인을 신의 말을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을 살해하는 인간, 신성한 땅을 갈아엎거나 식량을 낭비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찾는다. 이런 인간의 양태를 잘못으로 인식하는 것은 농경 양식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하나의 국면이 있다. 그것은 이 유형의 홍수신화가 인간과 신의 관계, 즉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범례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 자연을 변형시키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것이 지나칠 때 홍수는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리는 조절의 능동성을 발휘한다는 사실. 이것이 인간원인형 홍수신화가 말하는 재창조의 비밀이다. 인간원인형 홍수신화가 종교적 목적이나 사회적 규율을 위해 재생산될 때 홍수신화는 다시 변형된다. 홍수의 결과 남매혼이 이뤄지지만 남매혼 자체가 다시 홍수를 부르는 이중의 홍수신화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는 인간원인형 홍수신화의 특수한 사례이지만 이 변형 안에는 남매혼의 신화적 능동성을 뒤집고 자연의 우연성을 사회적 필연성으로 확정하려는 강력한 도덕의 목소리가 숨어 있다.

1. 머리말

2. 홍수의 원인, 그 세 갈래의 유형

3. 우연한 홍수와 자연의 우연성

4. 신의 행악과 내재하는 신

5. 신인의 적대와 인간의 잘못

6. 징벌에 대한 인식과 텍스트의 변형

7.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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