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기에 활동한 장자백의 <춘향가>에 의하면 춘향은 감옥에 갇히어 죽음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두 가지 꿈을 꾼다. 죽음의 세계로 가서 죽은 사람들을 만나는 꿈(‘황릉묘 장면’)과 죽음이 암시되는 흉몽이 그것이다. 흉몽에 대해서는 봉사의 해몽이 곁들여져 있다(‘해몽 장면’). ‘해몽 장면’에서 춘향은 무속적 사유(思惟)로써 죽음의 공포를 덜어낸다. 이 장면의 지배적 정서는 골계이다. 이 골계는 공포&#8228; 연민과 충돌하여 더 강렬한 연민을 조성해낸다. 이 장면은 풍부한 너름새(연극적 행동)로써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연출법을 취한다. 이것은 서민계층을 위한 버전이다. ‘황릉묘 장면’에서 춘향은 유교적 이념으로 죽음의 공포를 초극한다. 이 장면의 지배적 정서는 숭고이다. 이 숭고는 추악과 혼융되어 강렬한 처절을 조성해낸다. 이 장면은 창(唱)만을 이용하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연출법을 취한다. 이것은 판소리의 수용계층이 지식인층으로까지 확대된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다. <춘향가>가 형성되던 초기에는 ‘해몽 장면’만 있었고, 그 후 어느 시기에 ‘황릉묘 장면’이 끼어들어 두 장면이 공존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 공연에서는 공연 현장의 상황에 따라 한 장면만 선택하여 연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후에 ‘해몽 장면’이 탈락하고 ‘황릉묘 장면’만 남았는데 이 장면도 퇴화하고 있으며 이미 탈락한 경우도 있다. 두 장면의 부침 과정은 판소리의 수용 계층이 확장되어 온 과정이고, 판소리의 공연 양식이 연극 중심에서 음악 중심으로 바뀌어 온 과정이며, 판소리 전성기 이후로 정서의 강렬성과 함께 비극성이 약화된 과정이다.
1. 머리말
2. 해몽 장면
3. 황릉묘 장면
4. 두 장면의 대비와 변모
5.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