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구비설화에 나타난 ‘노후의 삶과 가족의 기능’에 대한 설화 전승자들의 인식을 검토한 것이다. 그 결과, 구비설화에는 전통적인 가치관이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나타난 변화가 드러나 있음을 확인하였다. 설화 전승자들은 늙은 부모를 봉양해야 할 책임이 아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며, 딸이나 양자도 부모의 노후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보여준다. 또한 노후의 삶을 풍요롭게 영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지원만이 아니라 가족 내에서의 정서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시부모가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줌으로써 며느리와 화해하게 되고 드디어 온 가족이 화목하게 되었다는 내용의 구비설화는, 현대 사회에서 노인들이 가족 내에서 실질적인 기능을 담당하면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노인들이 자식 세대에게 ‘요구만 하는 세대’나 ‘부담스러운 존재’로 인식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구비설화는 연로한 부모를 자녀들이 반드시 모시고 살면서 부양해야 한다는 경직된 효의 관념에서 벗어나서 노인부모들의 기본적인 필요와 욕구를 다양한 형태로 충족시킬 수 있는 유연한 효의 개념을 설정하고 실천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홀로 된 노인들은 세대 갈등을 피하기 어려운 자식들과의 불편한 동거보다는 새로운 배우자와의 결합을 통해 자신만의 독립된 가정을 꾸리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이는 노인남성에게만 해당되는 사안도 아닌바, 이런 사실은 아마도 20세기말에 이 설화를 구연해준 제보자들의 의식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요컨대, 연로한 부모와 자식 세대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보여주는 많은 구비설화를 통해서, 가족이란 각 구성원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보조를 맞추어 갈 때에 화목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된다.
Ⅰ. 머리말
Ⅱ. 자식들의 봉양과 노후의 삶
Ⅲ. 노후의 삶과 가족
Ⅳ.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