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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등재 학술저널

정여립 이야기의 전승 양상과 문화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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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조선중기 기축옥사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정여립(鄭汝立, 1546-1589)에 관한 이야기가 문헌과 구전으로 전승되는 양상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해석한 것이다. 또 구전되는 정여립 이야기가 지역에 따라 전승 양상이 달리 나타나는 요인을 그 지역의 문화적 배경 및 전승집단의 의식과 관련하여 검토하였다. 관찬사서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문헌에서 정여립은 역적으로 기록되어 있는 반면, 구전 이야기에서 정여립은 역적이기도 하고 영웅이기도 하다. 정여립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승되는 주요 지역은 그의 출생지인 전주, 활동지인 김제, 사망지인 진안 등지이다. 정여립의 집안이 세거했던 전주와 완주 일대의 전승집단은 그의 역모를 역사적 사실로 인식하면서 정여립을 부정적으로 이야기한다. 이야기의 내용도 정여립의 음모나 악행 등을 중심으로 하여 역사적 기록의 지향성과 일치하며, 전승자들도 대체로 사실(史實)을 전한다는 태도를 취한다. 때로 정여립의 비범성을 이야기한 것도 있지만 ‘영웅’시 하지 않는다. 반면, 정여립이 ‘대동계’를 조직해서 활동했던 김제지역에서는 오뉘힘내기 등과 결합하여 정여립이 ‘영웅’으로 이야기되며, 전승자들은 허구적 진실을 전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진안에서는 단편적인 정여립 이야기뿐만 아니라 정여립 사건에 연루된 신원충이라는 진안의 인물의 이야기가 널리 전승되는데, 정여립과 신원충을 영웅으로 인식한다. 정여립 이야기 전승이 지역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은 전승 지역의 역사적․문화적 배경과 전승집단의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조선왕조의 발원지인 전주에서는 건국이념인 유교적 사상을 가장 크게 위배한 역적이 영웅이 될 수 없었다면, 전주에 근접한 지역이면서도 문화적 성격이 다른 김제지역, 특히 혁명적 사상의 모태인 모악산 일대에서는 진보적 사상가이자 활동가였던 정여립에 대하여 ‘그는 역적이 아니다’라고 항변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영웅시된다. 정여립이 최후를 맞았던 진안지역에서도 정여립은 영웅으로 이야기된다. 진안지역에서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은 신원충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여기에 풍수삽화가 결합하여 이야기 전승의 동력을 제공한다. 이런 양상들을 통해 이야기 전승이 지역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1. 머리말

2. 문헌 속의 정여립 이야기

3. 구전 속의 정여립 이야기

4. 정여립 이야기의 구조적 확장 양상

5. 정여립 이야기 전승의 문화적 의미

6.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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