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화순-곡성(옥과)는 동일 무속권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지역의 세습무계나 창우집안 사이에는 결혼이 빈번했다. 담양 박동실 집안은 곡성 한애순 집안이나 화순 능주 공창식 집안과 통혼 관계다. 화순의 공창식 집안은 조몽실 집안이나 공대일 집안과 사돈관계다. 조몽실 집안은 한애순 가계와 공창식 집안과 통혼관계였다. 이 연구는 담양-화순-곡성(옥과)의 세습무계의 통혼관계가 광주소리의 형성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 지역 창우집안들은 통혼을 통해 맺어진 인맥을 판소리의 사승관계로 발전시켰다. 광주소리는 ‘광주소리’, 서편제 ‘광주판’, ‘광주판 서편제’로 불려왔으며, 이날치-김채만-박동실로 전해진 소리를 일컫는다. 또 이 지역은 동일 무속권으로 판소리 전승구도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에서 ‘광주소리권’으로 분류했다. 광주소리권 명창들은 20세기 들어 판소리 전승 환경이 바뀐 후에도 공연단체 활동을 함께 하던 ‘한패’로 사승관계를 맺으며 소리의 맥을 이었다. 화순 김채만의 제자들을 일컫는 ‘속골명창’들은 1909년 광주에서 협률사 활동을 했다. 광주소리권 명창들은 1939년 박석기가 주도하는 화랑창극단에 참여하고, 1945년 결성된 광주성악연구회 등 동일한 공연단체에서 활동했다. 이같은 사실은 20세기 이전 판소리 판소리 전승기반을 추정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광주소리는 서편제의 전형적인 특징을 갖추고 있으며, 해방 공간까지 전승이 활발했다. 특히 박동실은 김채만의 소리를 이으면서, 동편소리를 섞어 독특한 맛을 냈다. 하지만 박동실&#8228;공기남 등 광주소리권 출신 명창들이 월북한 뒤 광주소리의 전승기반이 매우 약화됐다. 박동실 바디 <심청가>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가 없고, 한승호 명창의 <적벽가>도 전수자가 없는 실정이다. 광주소리 연구를 통해 세습무계의 통혼권과 무속권이 판소리 전승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광주소리는 세습무계의 연망 속에서 형성됐을 뿐 아니라, 사승관계 및 공연단체 활동과 월북까지도 일정한 맥락이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판소리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광주소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현실적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다.
1. 머리말
2. 세습무계의 사회적 기반과 광주소리권
3. 광주소리권 세습무계의 통혼관계
4. 광주소리 전승기반과 세습무계의 상관성
5.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