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구비문학이 새로운 문학 문화를 창조하는 중요한 토대나 원동력이 되어왔다는 점을 전제로, 구비문학을 수용한 현대의 문학 문화가 갖는 성격과 의미를 파악하는 일환으로 현대시에서 민요 아리랑과 논개 이야기를 수용한 작품들을 찾아서 논의한 것이다. 먼저 민요 아리랑은 각 지역의 아리랑을 중심으로 현대시에 다양하게 수용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각 지역의 아리랑을 수용한 현대시 작품들 중에서 지역 아리랑에 대한 체험적 공감대와 이해를 충분히 마련한 시인의 작품일수록 그렇지 못한 시인의 작품들보다 민요의 가락과 정서를 한층 폭넓은 범위에서 활용하면서 개성적인 시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정선아리랑을 수용한 박세현의 시, 진도아리랑을 수용한 김준태와 박상률의 시가 이런 점에서 주목되었다. 한편, 제주 출신의 시인 김희철은 아리랑의 리듬에 제주 방언을 잘 살려 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지역 아리랑을 창출하여 자신의 시적 정체성을 마련한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민요 아리랑을 수용한 현대시가 이처럼 새로운 시세계의 모색이나 개성적 시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개되기도 했지만, 민요의 형식에 대한 고답적 인식과 아리랑의 대중성에 지나치게 의존한 작품들도 있다는 차원에서 반성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다음으로, 논개 이야기가 현대시에 수용된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논개 이야기는 역사상 실존했던 인물의 설화라는 점에서 사실과 허구의 이중성을 가진 이야기로, 논개의 출신과 신분, 논개 죽음의 이유와 그 의미에서 서로 상반되는 화소를 가지고 있었다. 이 상반되는 이야기의 화소를 바탕으로 논개 이야기를 크게 기생인 논개 이야기와 기생 아닌 논개 이야기로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대시에서 논개 이야기의 구체적 화소보다 논개의 인간상을 주로 탐구하는 묘사 중심의 작품들도 있었고, 논개 이야기의 화소를 수용하면서 기생인 논개 또는 기생 아닌 논개 이야기로 각기 변별되는 화소를 수용한 작품들도 있었다. 논개의 인간상을 주로 탐구한 시로, 노천명의 시는 논개의 비극적 인간상을, 여영택의 시는 절개의 인간상을, 임종성의 시는 논개의 비극적 존재성과 함께 존재 초월의 이중성을 묘사하고자 했다. 기생인 논개 이야기의 화소를 수용한 서정주, 고은, 김준태, 권혁소, 모윤숙의 시작품들을 통해 풍류와 관능에 물든 세속적 여인상에서부터 ‘나라보
Ⅰ. 서론: 문학 문화의 관점
Ⅱ. 현대시의 민요 아리랑 수용과 변용
1. 민요 아리랑의 전승과 시의 수용 양상
2. 지역 아리랑의 현대시 수용과 변용
Ⅲ. 현대시의 논개 이야기 수용과 변용
1. 논개 이야기의 두 양상
2. 논개 이야기의 현대시 수용과 변용
Ⅳ.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