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무속신화 <차사본풀이>와 &#985172;해동이적·보&#985173; 소재 <김치설화>에는 공통적으로 김 치(金緻)라는 역사적 실재인물이 등장하고 있다. <김치설화>는 <차사본풀이>의 근원설화이 지만, 김치라는 인물의 형상방식은 두 장르 간에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양자를 대상으로 김치 인물형상화 방식을 비교하는 작업은 <차사본풀이>의 서술시각과 제 주도 무속집단의 세계인식의 일단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양자는 핵심 서사단락을 공유하고 있으나, 해당 대목을 서술하는 방식에서는 일정한 차 이를 보여주고 있다. <김치설화>가 신이한 능력과 선정을 베푸는 명관으로서의 면모를 부 각하는 반면, <차사본풀이>는 김치의 어리석음과 무능함을 부각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 를 위해 <김치설화>의 서술자는 논평을 통해 인물의 비범성을 직접적으로 진술한다. 이와 달리, <차사본풀이>는 다수의 인물을 등장시켜 인물들의 관계양상을 통해 확장된 서사세계 와 심화된 문제의식을 부각하는데, 주변인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김치와 관계를 맺으면서 인물의 열등성 부각에 일조하고 있다. <차사본풀이>의 인물형상은 김치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도 일정한 거리를 보여주고, 근원설화인 <김치설화>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일차적으로 <김치 설화>의 채록자가 흥덕지역 ‘선비’였고, <차사본풀이> 전승집단이 제주도 무속집단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되지만, 구전되는 <흥덕현감설화>에도 현감의 신이성이 부각되고 있음을 고 려하면, <차사본풀이>의 인물형상화 방향이 김치라는 역사적 개인에 대한 평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제주도 무속집단에게 김치‘원님’이 역사적 개인이 아니라 중앙권 력을 대변하는 존재로서 이해되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차사본풀이> 김치원님의 인물형 상은 통치의 기반을 유가적 가치관에 두고 있는 중앙관리에 대한 제주도 무속집단의 시선 을 대변하는 것으로, 제주도 무속집단과 유가적 통치관을 지닌 중앙관리 사이에서 빚어졌 던 지속적인 갈등의 역사적인 반증으로 이해할 수 있다.
1.머리말
2.<김치설화>와 <차사본풀이>의 서사단락 비교
3.인물 관계양상을 통해본 김치 인물형상
4.김치 인물형상화 방식과 <차사본풀이> 서술시각
5.마무리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