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은 근대 재담집 소천소지(笑天笑地)에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관계 양상을 살펴 본 다음 이를 바탕으로 수록된 재담의 특징을 규명하는 데 있다. 이 재담집에 수록된 322편의 재담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행위주체들을 항목화하여 관계 를 중심으로 정리한 결과 가족 관계, 상하 관계, 주객 관계, 중앙인과 주변인 관계, 장애인 과 비장애인 관계, 특정 성씨 관계, 갑을 관계를 추출할 수 있었다. 그런 다음 이를 바탕으 로 이 재담집에 수록된 재담들을 ‘관계 내 주도권의 변화’, ‘중앙인과 주변인의 우열관계 형 성’, ‘관계 지향을 탈피한 등장인물의 설정’이라는 관점에서 그 특징을 분석하였다. 첫째로, ‘관계 내 대결 주도권의 변화’를 살펴보면, 가족 관계나 상하 관계, 주객 관계의 경우 전통적인 소화(笑話)에서는 ‘권력자와 피권력자의 대결’이 중심이었다면 근대 재담들에 서는 ‘신지식에 대한 신구(新舊)의 대결’로 대결 양상이 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로, ‘중앙인과 주변인의 우열관계 형성’를 살펴보면, 서울사람과 시골사람의 관계에서는 서울사람과 상경한 시골사람 사이에 ‘1차적 우열관계’가 성립하고, 하향한 시골사람과 상경 경험이 없는 시골사람 사이에 ‘2차적 우열관계’가 다시 성립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 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근대적 문명을 시간적으로 먼저 받아들인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그 것을 늦게 수용한 사람들에 대해 우월감(優越感)을 가지게 됨으로써 이러한 재담이 만들어 졌다고 할 수 있다. 셋째로, ‘관계 지향을 탈피한 등장인물의 설정’에서는 특정 관계를 지향하지 않는 이른바 ‘갑을 관계’의 경우 ‘관계’라는 요소 자체는 재담이 흥미유발에 크게 관여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재담들은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보다는 불특정 인물 간의 행동이나 대화 자 체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므로 특정 관계에 놓인 재 담들이 전통사회에서부터 이어져 온 사회문화적인 맥락 속에서 웃음의 의미가 드러나는 ‘집 단적인 웃음’을 추구한다면, ‘갑을 관계’의 재담들은 이러한 맥락에서 벗어난 ‘개인적인 웃 음’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재담들은 등장인물들의 대화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고 그 표현방식 또한 희곡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어 공연재담(公演才談)인 만담(漫談)
1. 머리말
2. 소천소지에서 등장인물의 ‘관계’
3. 등장인물의 관계 양상
4. 등장인물의 관계를 통해 본 재담의 특징
4.1. 관계 내 대결 주도권의 변화
4.2. 중앙인과 주변인의 우열관계 형성
4.3. 관계 지향을 탈피한 등장인물의 설정
5. 맺음말
참고문헌
<Abstract>